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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국민의힘 ‘비상 상황’의 또 다른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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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5 23:34:51 수정 : 2022-09-06 01: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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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은 뭐, 돈도 아니라는 건가요?”

 

얼마 전 국민의힘 A 의원이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제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지난 5월 서울의 한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조직위원장에 내정됐다. 100만원은 조직위원장 공모에 지원할 때 낸 심사비다. A 의원은 “이미 해당 지역구로 집까지 옮겼다”며 “비용이 아깝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절차대로 심사비를 내고 면접을 봐서 내정된 건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주영 정치부 기자

최근 국민의힘의 혼란상이 수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A 의원과 같은 ‘피해자’들의 한숨도 길어지고 있다. A 의원과 함께 발표된 조직위원장 내정자는 14명이다. 조직위원장은 통상 해당 지역구 당원협의회(당협)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다. 당협위원장은 총선 ‘공천 1순위’로 꼽힌다. 당시 공모 대상이 47개 사고당협(위원장이 공석인 당협) 조직위원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수십명까지 늘어난다.

 

국민의힘이 일부 지역구 조직위원장을 내정해 놓고도 임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지난 6·1 지방선거 직후부터 이어져온 내홍 탓이다. 최고위원회의 의결만 앞둔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국회부의장, 배현진 전 최고위원 등과 잇달아 충돌하면서 제대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 전 대표 중징계 이후엔 지도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이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 처했다.

 

이 전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사무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는 기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사실상 해체되자 조직위원장 내정자·지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얼마 전부터는 당내 일각에서 ‘조직위원장 공모 원점 재논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공석이자 조강특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무부총장 2명의 인선을 마친 뒤 조강특위를 새로 꾸려 재공모를 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런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지역구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B씨는 “당이 기존 결정을 뒤집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만한 사안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에서 자칫 ‘이준석 지우기’로 비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비상 상황을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행정부에 민의를 전달하고 정부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건 자명해 보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원과 국민들의 몫이다. 가뜩이나 당의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A 의원, B씨와 같은 제2의 피해자가 계속 나온다면 조속한 사태 수습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도체제 정비가 마무리 되는대로 한동안 ‘올스톱’ 상태로 방치됐던 각종 당무를 살피고, 갈등 봉합에 매진해야 한다.


김주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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