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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도입 가시화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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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2 11:00:00 수정 : 2022-09-12 09: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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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용유·가공유 구분 후 가공유 가격 낮추는 제도
2021년 정부 추진 계획 후 낙농가와 지속적 대립

정부, 낙농가 소득 감소치 않게 예산 지원 방침
농식품부, 낙농가 소득 향상·자급률 개선 기대
낙농육우협회, 낙농 제도 개편에 대승적 합의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낙농제도 개편 방향을 놓고 갈등을 이어오던 정부와 낙농업계가 최근 차등가격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개편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원유는 마시는 흰 우유용 ‘음용유’와 버터·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가공유’로 구분돼 공급될 전망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와 낙농업계, 유업계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등 낙농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 각 계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원유를 용도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하는 차등가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각계 인사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원유 가격 결정방식 개선과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편 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음용유 가격은 현재와 비슷하게,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

 

정부 낙농제도 개편안의 핵심인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은 지난해 정부가 추진 계획을 내놓은 뒤 낙농가와 지속적으로 대립해온 사안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의 가격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치즈·버터 등을 생산하는 유업체는 가공유를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원유 가격은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동해 음용유 단일가격으로 결정되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업체가 유가공품에 사용하는 원료를 보다 저렴한 수입산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국내 원유 수요 감소 및 낙농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는 2001년 36.5㎏에서 지난해 32㎏으로 감소한 반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2001년 63.9㎏에서 지난해 86.1㎏으로 늘었다. 국산 원유 자급률의 경우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5.7%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차등가격제 도입 등 낙농제도 개편으로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해 왔다. 지난 7월에는 정부가 낙농육우협회와 제도 개편 협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으나 최근 관련 논의가 재개됐고, 지난 2일 간담회를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7월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도입 초기 195만t은 음용유 가격으로, 추가 생산 10만t은 가공유 가격으로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낙농가의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음용유와 가공유 물량을 결정하고, 유업체가 가공유 구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에선 차등가격제 도입 초기에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195만t은 음용유 가격을, 이후 추가 생산되는 10만t은 가공유 가격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생산비에만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생산비 외에 수급 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가격 결정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낙농가의 소득이 늘어나는 한편, 음용유로 편중된 생산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유업체의 유가공품용 수입산 원료가 국산으로 대체돼 국내 생산이 늘고 자급률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낙농육우협회는 지난 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원유 가격 조정 지연에 따른 현장 농가의 불만이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려 야기되고 있지만, ‘낙농가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장관의 약속이 정부 제도 방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면서 낙농제도 개편에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향후 태스크포스(TF) 논의를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및 원유 가격 결정방식 개편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낙농 관련 조합장협의회와 함께 논리적 대안을 마련해 제도 시행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경기도 안성시 농협 창업농지원센터에서 열린 낙농제도 개편방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다만 협회는 “정부가 올해 원유 가격은 현행 규정대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계속된 사룟값 폭등으로 인한 낙농가의 경영 붕괴 상황을 고려해 조속히 (원유가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유업체의 협조를 재차 건의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부는 간담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의결하고, 이후 원유 가격 협상을 위한 소위원회와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세부 시행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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