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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협 고조에 달라진 尹心… ‘핵무장 불가피’ 현실론 고개

입력 : 2022-10-12 20:00:00 수정 : 2022-10-12 1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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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기류변화 배경·전망

美 핵우산·재래식 전력만으로
北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판단
‘맞대응 가능성 열어놓기’ 전략
정진석 “이제 결단의 순간 왔다”

“韓 비상상황” “근본 해결 아냐”
전문가들 ‘실효성’ 의견 엇갈려
美측은 “北 오판 위험 높일수도”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한반도에 핵을 들이지는 않겠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건 아니지만, 북한의 위협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가능성을 미리 닫아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를 단호하게 일축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미 조야의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며 발언 뉘앙스를 바꾼 것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민국에 핵을 들이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은 아직 확고하지만,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 현실론까지도 다양하게 경청하고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尹, 韓 대통령 첫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한 뒤 퇴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UCLG 총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지방정부가 재정적 역량을 더 강화하고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전=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만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지금 남북 간 비대칭 전력의 차이가 현격하게 크다”며 “윤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져서 그러한 걸 (대통령이)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공약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한반도의 핵무장에 대해선 부정적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경선 공약집 초안에 전술핵 재배치를 명기했다가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북한의 위협에 맞선 외교안보 정책으로 최종 낙점을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영토 내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로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7차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훈련까지 공개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자, 이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가능성을 열어놓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북한 매체의 논평을 보면 ‘미국은 자기들이 공격을 받을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돕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북한이 지난 4일 미국의 전략자산 발진기지인 괌까지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열도 너머로 날린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괌을 향하는데도 한국을 돕겠느냐고 위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여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한 각계에서 대통령실에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전략핵과 달리 전술핵은 국지전에 쓰는 것으로 북한이 우리나라에 쏘겠다는 의미”라며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며 “비핵화를 굳게 약속하고도 수백만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무장을 완성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폭정을 잊어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무장 방안으로는 1991년 철수시킨 미군 핵전력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과 미군이 동맹국에 배치한 전술핵을 해당국과 공동 운영하는 핵 공유 방안 등이 꼽힌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카드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형태로 넘어갔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비상상황임이 분명하다”며 “가용한 모든 자원을 다 활용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술핵 재배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자강전략포럼’의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전술핵 재배치는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기는 하지만, 미국의 불확실한 확장억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실익이 적은 전술핵 재배치보다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로 북한의 오판과 대응의 위험을 높일 뿐 거의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현미·김선영·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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