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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로봇 배송 시대… 아이스크림 주문하자 14분 만에 집앞에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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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0 06:00:00 수정 : 2022-10-21 1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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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배달 로봇 어디까지 왔나

편의점 심부름꾼 ‘뉴비’ 시범 사업
작은 몸체에 카메라 10개 달고 주행
초당 2m 속력으로 800m까지 서비스
車 등 장애물 만나면 방향 틀어 이동
목적지 1층 현관 주문자에 물건 건네

2021년 자율주행 로봇 시장규모 16억달러
2030년까지 연평균 34% 성장세 기대
배민 등 배달업체 로봇 배달 사업 박차
배달 인력난 해소… 비용 부담도 줄 듯

“어머, 안녕. 어디 가니?”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방배역 인근 식당가.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행인들의 시선이 한군데로 쏠린다.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보도를 주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뉴비’를 발견한 사람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너도나도 말을 건넨다. 

 

‘키’ 69㎝, ‘체중’ 45㎏의 뉴비는 한 번에 25㎏, 최대 40㎏까지 물건을 적재함에 넣어 옮길 수 있다. 뉴비의 몸에는 10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사람을 포함한 각종 장애물을 인식해 주행한다. 뉴비 한 대의 가격은 500만원. 레이저 원리를 활용한 라이다(Lidar) 센서 로봇 한 대가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로봇 가격은 크게 낮아지고 실용성은 높아졌다. 

 

뉴비가 이날 배달 목적지인 방배동의 한 빌라로 가기 위해 보행로가 따로 없는 좁은 골목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는 검은색 벤츠 승용차 한 대가 정면으로 내려오고 있다. 과연 누가 먼저 피할 것인가, 일촉즉발의 순간 뉴비가 먼저 몸을 틀어 도로 우측으로 이동하며 차량을 피했다. 자율주행 로봇에 탑재된 ‘회피 기동’ 기술이다. 

 

세븐일레븐은 뉴비의 제작사인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함께 지난달 말부터 ‘다점포×다로봇 근거리 배달 서비스’ 2단계 실증사업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진행되는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의 일환이다. 이번 2단계 실증사업은 세븐일레븐 방배점, 방배역점, 방배서리풀점 등 서울 방배동 소재 점포 3곳에서 올해 말까지 3개월간 진행된다. 앞선 1단계 실증사업과 비교해 테스트 대상 점포수와 투입된 뉴비 숫자가 3배로 늘어났다.

 

현행법상 뉴비와 같은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원칙대로는 보도를 다닐 수 없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지정을 받아 내년까지 실증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방배동은 배달 수요가 꾸준하고 골목길이 복잡할 뿐 아니라 보행자와 차량 이동 등 변수가 많은 지역이라 로봇 주행 환경을 시험할 최적의 장소로 선정됐다.

 

기자가 뉴비 2단계 서비스 체험을 위해 세븐일레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뉴비 배달 신청을 눌렀다. 2단계 테스트에서는 점포를 중심으로 반경 800m까지 서비스가 가능하며 뉴비의 최고 속력은 초당 2m다. 실증사업 단계인 만큼 보행자의 안전 등을 고려한 조치다. 사람의 경보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증 특례를 받을 때 반드시 사람이 따라다녀야 하는 조건이 붙어 이날도 뉴빌리티에서 나온 매니저가 뉴비의 이동길을 동행했다. 

 

현재 뉴비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어 목적지 1층 현관 앞까지 사람이 나와 뉴비에게서 직접 물건을 받아야 한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뉴비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각 엘리베이터 회사와 기술 협력을 맺어야 하는데 현재는 거기까지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뉴비의 뚜껑에 붙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인증번호를 입력하자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뉴비 적재함에는 보랭 기능이 탑재돼 있다. 기자가 이날 세븐일레븐 앱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시간은 오전 11시31분, 뉴비가 적재함에 상품을 싣고 출발한 시간은 오전 11시35분, 점포에서 780m 떨어진 빌라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45분이었다. 

최병용 세븐일레븐 DT혁신팀 선임책임은 “현재는 편의점 배송 배차 시간이 평균 50분에서 1시간가량 걸리고 그마저도 배차가 쉽지 않다”며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 편의점 배송 서비스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인력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뿐 아니라 배달에 들어가는 최소 비용도 낮아져 고객과 점주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은 평균 3000원가량이지만 뉴비가 본격 투입되면 1000원가량으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현재 시범 테스트 기간이지만 벌써부터 본인 점포에도 뉴비를 보내달라는 점주들의 요청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실외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월 하순부터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의 광교호수공원에서 실내외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활용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9월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지 2년여 만이다. 광교호수공원 방문객들은 앨리웨이에 입점한 14개 가게 맛집 음식을 배달 로봇을 통해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한 뒤, 배민 앱에서 주문하면 정해진 장소에서 음식을 배달받는 시스템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향후 2030년까지 221억5000만달러로 연평균 34.3% 수준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실내 자율주행 로봇인 식당 서빙 로봇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골프장과 호텔 등 내부에서 실내 자율주행 로봇이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식음 서비스 운영 기업인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말 아난티중앙골프클럽에 뉴비를 도입해 필드의 골퍼들이 주문한 음료와 스낵, 도시락 등을 배달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전문회사 아르지티(RGT)는 최근 금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2개점에 서비스 로봇 ‘써봇’을 공급했다. 이 로봇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간단한 용품을 서빙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실외 로봇 배송은 도로교통법, 공원녹지법, 보행안전법 등 현행법상 보도 통행이 제한돼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규제 특구 등에 한해 운영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가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14일 서울 서초구 방배역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 앞에서 배달을 기다리고 있다. 장혜진 기자

◆갈길 먼 로봇배송 상용화… 각종 규제에 여전히 발목

 

국내에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 상용화는 여전히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다.

 

19일 국내 배송로봇 업계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 로봇을 ‘자동차’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행하는 동안 ‘운전자’ 역할을 하는 현장 요원이 동행해야 하며 로봇이 인도, 차도, 횡단보도를 비롯해 도시공원이나 녹지 등을 오가는 것 역시 제한된다. 로봇은 자율주행을 위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특정 다주변 환경을 촬영하는 것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지가 있다. 이 같은 각종 규제 문제로 현재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서울 강서구와 강남구, 경기 수원시 등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허용된 일부 지역에서만 실외 주행을 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최근 실외 자율주행 로봇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발의한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은 △실외이동로봇 보도 안전 운행을 위한 운행 안전 인증 실시 △인증받은 지능형 로봇으로 발생한 손해 담보 목적 손해보장사업 실시 근거 마련 △안전 인증을 받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 운행자의 손해배상보험 또는 공제 가입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김선교 의원은 자율주행 로봇과 관련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정의를 마련해 불가피한 경우 촬영 사실을 알리는 등 운영 규정을 도입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시속 15㎞ 이하, 무게 60㎏ 이하의 자율주행 로봇이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가 경기 수원시 광교호수공원에서 음료를 배달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정부도 당초 2025년이 목표였던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을 앞당기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도로교통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보도 통행이 허용되는 자율주행 로봇의 속도와 크기 등 정의와 안전 인증 체계 등을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지능형 로봇법에 규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법정 안전 인증 체계를 통과한 자율주행 로봇에 한해 일정한 기준에 맞는 로봇의 보도 통행을 별도의 실증 특례 없이도 허용하고, 관리자 동행 의무 등 사업자 부담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인증 제도는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원 내 출입이 허용되는 자율주행 로봇의 중량 기준도 현행 3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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