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사각지대 오가며 범행 후
“외출 뒤 귀가하니 숨져있어” 신고
경찰 추궁에 “며칠 전 계획” 자백
경기 광명시 자택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경기 광명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40대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쯤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와 10대 아들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집을 나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당시 입었던 셔츠와 청바지 등을 아파트 인근에 버린 뒤 귀가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30분쯤 “외출 뒤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죽어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여 주변 수색과 함께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이어 이튿날인 이날 오전 11시쯤 아파트 주변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버려진 옷가지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옷들이 CCTV에 찍힌 A씨의 외출복과 동일하고 A씨가 귀가할 때 다른 옷을 입은 점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범행 전 CCTV가 있는 1층 출입구를 통해 일부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노출한 뒤 사각지대인 아파트 뒤편 쪽문으로 몰래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쪽문으로 다시 나가 인근 PC방에서 2시간가량 머물다 CCTV가 있는 곳으로 귀가했다.
1년여 전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던 A씨는 최근 B씨와 자주 다퉜고, 이혼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도 B씨와 말다툼을 벌인 직후 B씨가 외출하자 두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치장이 있는 시흥경찰서로 이송되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며 “제대로 처벌받겠다”고 말했다. 숨진 가족에게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잘못했어”라고 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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