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체 거래량의 34.7% 달해
생애 최초 주택 대출 완화 등 효과
2023년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 계속
집값 2.5% ↓·전세 0.5% ↑ 관측
서울 마포구에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부터 인근 지역의 아파트 매물을 찾는 중이다. 내년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데다, 최근 각종 금융규제가 완화된 만큼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다. A씨는 “직장과 가까운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중소형 아파트 단지 상당수가 지난해와 비교하면 호가가 30% 이상 떨어졌고, 급매물도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왜 지금 집을 사냐고 말리는 분위기지만, 결혼 비용을 최소화하고 내 집 마련을 먼저 하기로 예비신부도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최근 감소세를 보이던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구입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대출 확대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모두 297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아파트 거래량(856건)의 34.7%에 달한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 4월 42.3%까지 치솟은 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6월(24.8%)과 8월(28.6%)에는 20%대로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주택 소재지나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까지 상향하고, 대출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9월 들어 2030세대 실수요자들이 거래절벽이 심화하는 와중에도 주택을 매입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포구 아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침체기에 집을 살 필요가 없지만, 젊은 층은 직장에서 발령을 받는다든지, 자녀 출산이나 교육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젊은 층의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고 전체 거래량 자체가 워낙 줄어들면서 젊은 층 구매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도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과 집값 하락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이날 개최한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누적 집값 변동률을 -1.8%로 제시했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집값 하락 폭이 더 커져서 2.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올해 3분기부터 하락세가 거세졌지만 지난달 28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밝힌 금융 규제 완화가 낙폭 확대를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은 앞서 상승기에 주택 공급이 집중된 곳을 중심으로 수도권보다 하락 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의 경우에는 주택 매수세가 위축된 만큼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추가 유입되며 올해와 달리 전국 기준 0.5%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 건설 수주 물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건산연은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내년 국내 건설수주액이 올해보다 7.5% 감소한 206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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