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차량을 몰다가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현직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증거가 없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인천경찰청 교통조사계는 중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하고 음주운전 혐의는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A 경장은 지난 9월 14일 오전 0시 30분쯤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고를 낸 당일 새벽 경찰관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경찰서에 출석했지만 음주 측정을 받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이 돼서야 경찰서 안에 소문이 퍼지면서 오후 무렵 음주 측정을 받았지만, 사고를 내고 이미 10시간 넘게 지난 뒤여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한 의혹이 있는 A 경장을 상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2개월가량 수사를 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A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 가면서 여러 잔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고, 경찰도 회식 장소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그의 음주 장면을 확인했다.
그러나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추정한 사고 당시 A 경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기준(0.03%)을 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도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고 당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없어 수사가 오래 걸렸다"며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감찰계는 경찰서 소환 직후 A 경장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중부서 교통조사팀 소속 B 경사를 최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B 경사에게 "한번 봐 달라"며 음주 측정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중부서 소속 C 경감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B 경사와 C 경감은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며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으며 C 경감은 A 경장이 당시 근무한 부서 팀장이었다.
조사 결과 B 경사는 A 경장을 소환한 사고 당일 C 경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부하직원이 조사받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장의 사고 후 미조치 사건과 별도로 다른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확인할 부분이 많이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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