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급락하면서 친족 증여로 보이는 직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급매물보다도 한참 낮은 가격의 직거래는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반값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29일 뉴시스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한 단지는 최근 9억원에 직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1억8000만원과 12억원에 중개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해당 면적의 최고 기록은 지난해 8월 16억6000만원인데, 이번에 직거래된 매물은 고점 대비 45%에 그친다.
광진구 구의동 구의현대2단지 전용 84㎡는 지난 18일 10억원에 중개사를 끼지 않고 손바뀜 됐다. 직전 거래인 13억원에 비해서는 3억원, 지난해 고점 16억8500만원에 비해서는 6억8500만원이나 저렴한 값이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2단지 전용 49㎡는 지난 16일 5억7890만원에 직거래돼 직전 거래인 4월 9억원보다 역시 약 3억원 낮게 계약이 체결됐다.
시장에서는 이 거래들이 친족간 증여성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세와 거래가의 차액이 최대 3억원, 또는 30%까지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매매 거래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시한이 다가오면서 다주택자들의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거액의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만큼 이 기회에 직거래 방식의 증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집값 하락기 때 증여하면 과세기준금액이 낮아져 상승기 때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증여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현행 공시가에서 내년부터 시세로 바뀐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다. 최근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이 크게 하락해 공시가보다 시세가가 더 낮은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는 특정 사례일 뿐 대다수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 절세를 위해 올해 안에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직거래는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율은 6.7%였지만 지난 9월 17.4%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는 약 3700건에서 600건으로 6배 이상 급감했는데도 직거래가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이 중에서 허용 범주를 넘어서는 특수관계인간 고가·저가 직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내년 6월까지의 신고분을 대상으로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고가·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편법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 침체 속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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