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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장에 ‘통돼지 바비큐 VS 종교 탄압 항의 대자보’…깊어지는 갈등

입력 : 2022-12-16 15:01:56 수정 : 2022-12-16 2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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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에 건설 중인 이슬람 사원 둘러싼 갈등…2년 가까이 이어져
대법원의 ‘적법’ 판결에도 주민들 물러서지 않아…‘구청의 허가’에 문제 있었다는 주장
지난 지방선거 앞두고는 구청장 후보 토론회에도 등장해
경북대 일부 학생 등은 ‘종교 탄압’ 주장 펼쳐…한 무슬림은 SNS에 “경찰이 도움 주지 않아” 적기도
지난 15일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통돼지 바비큐를 구워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광역시의 주택가에 건설 중인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과 건축주 그리고 경북대학교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음 발생 등을 이유로 지목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서 시작된 재판이 지난 9월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로 소송 약 1년 반 만에 끝이 나는가 싶었지만, 주민들은 구청의 건축 허가 자체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는 현장에는 이슬람 문명권에서 죄악으로 여기는 ‘돼지머리’가 나타난 데 이어 일부 주민들이 바비큐 파티를 열면서 반발 의사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16일 대구시와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에 따르면 전날 비대위는 경북대학교 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키스탄인 유학생이 건축주 측 천막을 치우려는 대현동 주민의 팔을 손으로 밀친 혐의(폭행)로 약식기소 된 사실을 알렸다. 비대위는 “우리는 무슬림 유학생의 폭행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무슬림 유학생의 폭행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으로 맞받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에서 인근 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무슬림 유학생의 대현동 주민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뉴스1

 

앞서 대구지검 형사2부(신종곤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을 밀친 혐의로 파키스탄인 유학생 A(30)씨를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0월16일 오후 10시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지지한다’는 현수막이 설치된 천막을 치우려는 50대 주민 B씨 팔을 손으로 밀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경북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며 “비대위는 무슬림 종교를 탄압할 뿐만 아니라 조롱하고 유린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대자보에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 종교의 자유 부분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에서 인근 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주최한 기자회견 도중 경북대 학생들이 ‘대현동 연말큰잔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들은 경북대 학생이지만 학생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대자보를 붙이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물러났다. 대구=뉴스1

 

대구 지역 커뮤니티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2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2020년 9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에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 종교집회장으로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축 허가가 났다. 반발한 주민들은 ‘소음과 집단적 의식행위 등으로 인한 거주민들의 불안요소에 대한 방비책이 있는가’라며 ‘확실한 대안책을 내어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탄원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거주민들의 행복추구권 등을 구청이 보장해야 한다며 구청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슬람 혐오 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로 피해를 본다는 진정이 제기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단된 사원 공사의 재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 표명과 함께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표현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광고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하자, 비대위는 인권위의 권고가 국민 인권 탄압이자 외국인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국민 자유 억압이므로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6월16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구 북구청의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에 대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 사원 공사 중단은 종교 다원성과 문화 다양성을 훼손하는 차별이라며 공사 재개를 즉각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특히 이 사안과 관련한 질문은 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배광식 현 북구청장과 당시 구본항 후보의 토론회에도 등장했다.

 

당시 방송 내용을 보면 구 후보는 토론회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마을 한복판에 이런 다중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지적했고, 배 후보는 “이 사업 문제가 법적으로까지 간 데 대해 구청장으로서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그 땅을 이슬람 건축주에게서 우리 구가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답했다. 배 후보의 답변은 건축주들이 다른 부지를 물색하도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비대위는 지난 9월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 구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지난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 당시 배 구청장은 ‘민가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종교시설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 명백히 약속한 사안임에도 당선된 후에는 대현동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 구청장은 토론회 때 말한 것은 상대 후보의 질의에 답한 것일 뿐이고 공약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라고 비판도 했다.

 

지난 15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 15일 기자회견 후 비대위는 사원 공사장 인근으로 이동해 ‘대현동 연말 큰잔치’를 열었으며, 바비큐 전문업체가 현장에서 성인 40~50명이 먹을 수 있는 50㎏가량의 통돼지를 숯불에 구웠다. 현재 공사장 인근에는 지난 10월부터 놓이기 시작한 돼지머리 3개와 줄에 걸린 족발·돼지 꼬리 여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대위 측은 ‘종교의 자유’를 무슬림이 주장하는 만큼 바비큐파티를 열 자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인 무아즈 라작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돼지머리 3개가 사원 공사장 바깥에 놓였다”며 “경찰 등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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