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거세다. 경기 화성시 동탄, 수원 광교 등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하락세가 덜하지만 급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시장 침체에 집값을 지탱한 재건축 기대감이 시들해져서다.
16일 뉴스1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주(12일 기준)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은 0.32% 하락했다. 지난 7월 하락 전환 이후 20주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낙폭도 지난 10월 말 -0.2% 안팎에서 최근 -0.5% 내외로 확대했다.
분당 집값은 올해 대선 이후 상반기까지만 해도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에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동탄·광교 등 경기도 주요 지역 집값이 크게 하락하는 동안 보합과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분당 집값 변동폭(-3.88%)이 경기도(-7.82%)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은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사라졌고, 집값 역시 수도권 급락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 1기 신도시인 고양시 일산도 마찬가지다.
일산서구 아파트값은 최근 0.79% 하락했다. 낙폭은 한달 전의 2배 수준이다. 일산동구도 최근 하락폭이 -0.49%까지 확대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
분당구 서현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버티기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을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은 있으나, 시장 분위기를 거스르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요 단지는 최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 분당구 서현동 '효자촌삼환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1일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 12억95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하락한 값이다. 1992년 준공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효자촌삼환은 주변 효자촌현대 등 인근 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일산신도시 재건축 선도 단지로 꼽히는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7단지삼환·유원 전용 71㎡는 지난 3일 최고가(6억8800만원) 대비 1억8800만원 하락한 5억원에 손바뀜했다.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3단지훼미리'전용 134㎡도 지난달 25일 7억9000만원에 거래, 이전 최고가보다 1억5500만원 하락했다.
업계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이 현실화 전까지 해당지역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올해 상반기 1기 신도시 집값을 견인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의 현실화가 멀어지면서 기대감이 크게 사라지고 있다"라면서 "단기간에 오른 만큼 집값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은 정책 변화에 집값 변동이 큰 만큼 향후 정책 변화 속도에 따라 집값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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