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다양한 과목이 신설되고, 필수 이수학점과 이수학점 범위가 확대된다.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도 대폭 강화된다. 교육부는 어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 확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총론, 각론을 모두 개정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교육과정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 수업처럼 자기 적성과 선호도 등에 따라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현재 일부 고교에서 시행 중이다. 새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춰 고교 교육과정을 시수 대신 학점 기반 선택 교육과정으로 명시했다. 고교 1학년은 공통과목 위주로 듣고 2∼3학년 때 학생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 ‘일반 선택과목’, ‘진로 선택과목’, ‘융합 선택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학생이 자율적으로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고교 내신은 현행 1∼9등급제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성취평가)로 전환된다. 문제는 현행 수능 위주의 대학입시 체제로는 고교학점제를 염두에 둔 새 교육과정이 안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대입 제도와 관련해선 미세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고교학점제와 정시를 강조하는 대입 제도 간에 미스매치가 벌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지역과 학교별 양극화 심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어떤 과목이 개설되느냐는 학교나 교사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시와 지방, 사립과 공립, 학군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과목에서 소외돼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 기관을 찾게 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평가 체제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교원들의 평가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교육부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현장 교사들의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돼야 하고, 과목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본격 시행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