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억 보증금 체납 ‘빌라왕’은 8위
상위 30명 총 체납액 7584억 달해
서울 화곡동서 736채 ‘최다’ 사고
신월동·인천 부평동·광양 뒤이어
경찰, 빌라왕 범행 관련자 5명 입건
‘인천 건축왕’·‘빌라의 신’도 수사 중
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등 1139채를 보유한 채 임대 사업을 하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사건이 논란이 된 가운데 김씨보다 더 큰 액수를 떼먹은 집주인이 수두룩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빌라왕 김씨와 김씨가 세운 D모 법인과 관련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171건, 피해액은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고는 전세기간 만료 이후 김씨가 보증금을 주지 않아 HUG가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에 들어간 경우만 해당된다.
171건 중 133건(254억원)에 대해선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나머지 38건은 대위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사망해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된 나머지 김씨 관련 세입자 440명은 아직 전세 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사고로 분류되진 않고 있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분류하고 있다. HUG가 관리하는 ‘악성 임대인 명단’인 셈이다.
악성 임대인 명단 중 사고금액 기준으로 빌라왕 김씨는 8위에 머물렀다. 그보다 더 많은 보증금 사고를 낸 사람이 7명이나 더 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람은 박모씨로 293건 계약에서 646억원을 떼어먹었다. 2위는 정모씨로 254건 계약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3위 이모씨는 581억원(286건), 4위 김모씨는 533억원(228건) 규모의 보증사고를 냈다. 이어 김모씨(440억원·182건), 권모씨(415억원·195건), 진모씨(387억원·207건)가 뒤를 이었다.
HUG가 집계한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상위 30명의 보증사고 건수는 모두 3630건으로 금액은 7584억원 규모였다. HUG가 집계한 수치는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만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736건)이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157건), 인천 부평구 부평동(189건), 전남 광양시(131건)에서도 100건 이상의 악성 임대인 관련 보증사고가 터졌다. 이밖에 서울 구로구 개봉동(84건),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81건), 주안동(79건), 경기 부천시 심곡동(78건) 등에서도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한편, 경찰은 빌라왕 김씨의 배후와 공범에 관한 수사를 진행해 관련자 5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피해액 170억원을 확인하고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 등 관련자를 조사 중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계좌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을 분석 중으로, 김씨의 사망과 관계없이 배후와 공범 여부를 수사해 사실관계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 ‘건축왕’, ‘빌라의 신’ 등의 전세사기와 관련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건축왕 관련해선 인천경찰청에서 2708채, 빌라의 신 관련해선 경기남부경찰청에서 3493채의 피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빌라왕과 별건으로 397채의 피해 상황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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