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지지층 통한 검찰 압박 의도
李 “28일 불출석, 가능한 날짜 협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 16명의 실명과 소속, 얼굴 사진 등이 담긴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했다. 자료에는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을 각각 수사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홍승욱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이들 휘하 일선 수사 검사들의 조직도와 신상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이 자료에서 특정 검사들을 ‘윤석열 사단’으로 지목했다. 앞으로 공개 대상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검사들에 대한 ‘좌표 찍기’라는 비난이 제기되자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어제 “이 수사와 그 검사들의 어두운 역사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서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 수사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궤변에 불과하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자 열성 지지층을 상대로 좌표를 찍어 수사 검사들을 압박하려는 속셈이다. 이를 통해 검사들을 위축시키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자료가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 게시되자 “정치 검사를 응징하자”, “검찰 해체 입법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공개적으로 선동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검찰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자기 당대표를 수사한다고 해서 검사들을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행동이 정통 민주 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 의해 이뤄졌다는 게 놀랍다. 민주당은 “당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끝내 공당이기를 포기했다”(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관련 검찰 소환조사에 대해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면서 “조사 일시·방식 등에 대해선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방문 일정이 있어 검찰이 통보한 내일 소환조사엔 갈 수 없지만 검찰과 협의해 추후 응할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가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한 만큼 신속하게 소환조사에 응해야 한다. 민주당도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를 당장 멈추고 이 대표 개인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