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넘어 ‘공격용 수준’이면 심각
드론부대 창설·재머 개발 서둘러야
북한 무인기(드론) 도발은 우리 군이 허를 찔린 대사건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0일 정찰위성 실험을 하면서 공개한 사진을 남측 전문가들이 “조악한 수준”이라고 한 데 대해 “또 다른 것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겁박한 연장선의 무력시위다. 북한 무인기 5대가 그제 강화도와 김포, 파주 등 경기도 일원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5시간 넘게 휘저었다. 이 중 1대는 서울 상공을 돌아다니다 북한으로 돌아갔고, 4대는 탐지에서 사라졌다.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 KA-1이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고, 우리 군은 헬기 등을 동원해 100여발을 사격했지만 격추하진 못했다. 북한군이 우리 군에 포착될 것을 알고도 무인기를 버젓이 내려보낸 것이니 심각한 도발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 무인기의 침범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여러 대를 동시에 침투시킨 것은 처음이다. 2014년 6월 청와대와 군사시설 등을 촬영한 무인기 4대가 발견돼 충격을 던졌고 2017년 6월 강원 인제 야산에 추락한 무인기에서는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한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다. 무인기 침범은 남북이 상대방 관할구역을 존중하기로 한 1953년 정전협정과 1992년 남북불가침합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문제는 북한 무인기의 발전 속도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무인기 개발 박차’를 언급한 만큼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1000여대에 달하는 북한 무인기가 화학무기 등의 공격용 기술을 갖췄다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게 분명하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생각할 것이다. 무인기의 어마어마한 위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과거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이 잘 봤을 것”이라며 “드론부대 창설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다. 북한 무인기 대응 전력 구축은 이제 7차 핵실험 대비 못지않은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 우리 군은 그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이제라도 2026년 개발이 완료되는 한국형 전파교란 무기 ‘재머’ 개발을 앞당기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회에서 50%나 삭감된 내년도 ‘드론 예산’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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