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2023년 처음으로 시행
개인 주소지 외 모든 지자체 기부 가능
주민복리 증진 등 지방재정 확충 효과
500만원까지 기부… 세액공제·답례품도
제주 감귤·전북 전주 한옥마을 숙박권…
지역특산물·관광상품권 등 답례품 눈길
단양, 사이버군민증 발급… 이색 혜택도
설 명절 앞두고 고향사랑 ‘붐업’ 기대감
내년 1월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으로 시행된다. 실제 고향이 아니더라도 주민등록지가 있는 주소지 외 지역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답례품의 매력을 높이는 경쟁에 돌입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기부금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여기에 지자체로부터 3만원어치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 지자체 조례에 따라 내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가속화하는 인구 유출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자치단체에 재정악화의 악순환을 완화할 새로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기부금 한도는 개인당 연간 500만원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액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가 되며 10만원 초과 시에는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또 기부자에게는 기부금액의 30% 이내에 해당하는 답례품이 제공된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10만원, 답례품 3만원을 합해 13만원의 혜택을 돌려받는 셈이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54만8500원(세액공제 24만8500원, 답례품 3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복리 증진과 지역 활성화에 쓰게 된다.
각 지자체는 1월 설 명절 기간에 귀성객들에게 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고향사랑 사업 붐 조성을 기대하고 있다.
지방재정 확충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수도권 등으로 인구 유출이 심한 지역일수록 출향인 수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해 지방재정 확보에 유리하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고향납세제’ 시행 후 13년 만에 기부액이 82배 증가하는 등 열악한 지방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일본 고향납세액은 2008년 81억4000만엔(약 865억원)에서 2020년 6724억9000만엔(약 7조148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진 등 대규모 재난 발생 시에는 해당 자치단체에 출향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정부 광고매체를 활용해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다만 법령에서는 개별적인 전화·서신, 호별 방문, 향우회·동창회 등 사적 모임을 통한 모금의 강요나 권유·독려, 지자체가 주최·주관·후원하는 행사에 참석·방문해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하는 방법을 금지하고 있다.
지자체 기부금의 모금 강요, 적극적인 권유·독려 등 법령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최대 8개월까지 기부금 모금이 제한된다.
기부자에게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지역특산품 등 답례품을 제공한다. 답례품은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인별 기부금 총액의 30% 이내로 정했다.
지자체들은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관광·서비스, 지역 상품권 등 2000여종의 답례품을 선정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1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10만원, 답례품 3만원을 합해 13만원의 혜택을 돌려받고 지자체 답례품 경쟁으로, 고향이 아니더라도 기부할 수 있는 선택 폭이 넓어졌다.
지자체별 주요 답례품을 보면 경북은 영덕 대게, 포항 과메기, 안동 간고등어 등을 선정했다. 부산은 대표 신발 교환권, 어묵, 기장 미역을, 광주는 김치, 진다리붓, 김부각 등을 뽑았다. 제주는 은갈치, 흑돼지, 감귤을, 전남은 여수갓김치, 나주배, 영광굴비 등을 선정했다.
일부 지자체는 시티투어, 입장권, 체험권 등 방문형 답례품을 개발해 기부자들이 실제 지역을 방문해 ‘생활인구’로서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기 가평의 휴양시설숙박권 및 순환버스 탑승권, 충남 공주와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 숙박권, 충북 보은 법주사와 전남의 백양사 템플스테이 이용권 등이 그것이다. 강원 속초와 화천은 요트투어 상품권과 산천어축제 이용권을 답례품으로 준비했다.
관광상품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이용권을 준비한 지자체도 많다. 경기에선 치유곤충기르기 체험키트를 답례품으로 개발했다. 충북 단양은 사이버군민증을 발급하기로 했는데, 이 군민증을 지참하면 군민과 같은 수준의 관광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강원 동해에선 서핑 강습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경기 포천, 경북 영천, 전북 순창·무주, 경남 의령 지역 등에선 벌초대행 서비스를 답례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전남은 대중적 인지도와 친밀도가 높은 지역 출신 가수 남진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 100만명 육성 등 고향사랑 사업의 붐 조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기부제 통합 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구축해 기부자가 10만원을 기부하면 3만원의 포인트가 생성돼 기부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기부 강요를 막기 위해 법인(기업)은 원천적으로 기부자가 될 수 없다는 점과 주민등록시스템 등과 연계하면서 국외에 주소지를 둔 재외동포도 기부자에서 제외돼, 시행 과정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처럼 행정시는 모금 주체에서 제외된다.
이훈희 한국정책경영연구원장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국회 토론회’에서 “고향사랑기부 희망 지역으로 경기도가 15.2%로 최고, 서울이 11.7%로 2위를 차지했다”면서 “막상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운영되기 시작하면 인구감소가 본격화한 지자체보다 수도권 지자체가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 인구감소 지자체의 열악한 재원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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