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제 “민주주의와 역사가 퇴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이 대표는 양산 방문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보다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저 또한 같은 의견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인사들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의 민주주의 훼손 사례는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위장 탈당’이란 꼼수를 동원해도 문 전 대통령은 모른 척했다. 권력의 불법을 수사하려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위헌 소지가 다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 취지도 무시했다.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법원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은 ‘코드 인사’로 발탁했고, 직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들은 조직적인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임기를 다 채우고 문재인 정권 임기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적반하장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 대표는 자신의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에 두 차례나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조사를 위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한 검찰 소환에도 지방 방문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억울하다고 검찰 조사에 불응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대표가 오는 10∼12일 출석을 조율 중이라지만 여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제1 야당 대표가 두 차례나 소환에 불응한 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법치주의를 무시한 행동이다.
문재인 정권은 민주화 세력을 자처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그런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후안무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운운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행동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