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코로나19 정보 공유 미비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4일(현지시간)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수와 중환자 입원 사례수, 사망자수 등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영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인 사망자 통계를 중국이 과소 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만을 대상으로 한 입국 규제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간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불신 뿐 아니라 자국 내 시위까지 불러온 건 맹목적인 봉쇄 조치 탓이 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이 코로나19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온 행보와 너무 대비된다. 이제라도 중국은 확진자 및 중증 환자, 사망자수를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WHO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감염 상황과 자국내 사망자, 백신 접종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옳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중요하다.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일주일간 해외 유입 확진자 587명 가운데 41.9%인 246명이 중국발 확진자로 파악됐다. 어제 0시 기준 해외 유입 확진자 194명 중 중국발 환자가 137명으로 70.6%에 달했다. 어제부터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도 의무화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장기 체류 외국인이나 내국인은 하루 안에 거주지 보건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 대기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질병관리청 입국자 관리시스템이 한때 먹통이 되면서 입국자의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큐 코드) 정보 등이 지방자치단체 보건소로 전달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지자체에선 장·단기 체류자 구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인 확진자가 감시 소홀을 틈타 격리를 거부하고 달아났다가 이틀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로 면역 회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XBB.1.5)의 국내 감염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국민 모두 비상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또다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격리시설 확충·검역체계 보완 등 방역에 허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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