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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기적' 넘어진 경주 열암곡 마애불 2025년에 바로 세운다

입력 : 2023-01-15 19:02:33 수정 : 2023-01-15 19: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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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암곡 마애불 1430년 규모 6.0 이상 지진에 암벽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
조계종 2024년 완료 요청, 진우스님 '본성 회복하는 성스러운 불사'
문화재청·경주시 2025년 목표로 마애불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 본격 추진

콧날과 지면 쪽에 있는 바위의 거리가 단 5㎝에 불과해 '5㎝의 기적'으로 불리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경북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문화재청과 경주시, 대한불교조계종은 2025년을 목표로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불상 콧등이 지면의 바위와 단 5cm 차이로 훼손을 피한 모습. 경주시 제공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머리(불두)가 잘린 열암곡 석불좌상 일대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불상을 새긴 바위는 높이 5.6m, 무게는 70~80t에 이른다. 

 

마애불은 암벽에서 떨어져 추락했는데도 기적처럼 거의 훼손되지 않은데다 콧날과 지면 쪽에 있는 바위의 거리가 단 5㎝에 불과해 '5㎝의 기적'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관련학계는 1430년 경주 일대서 발생한 규모 6.0 이상의 지진으로 마애불을 새긴 바위가 넘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종실록에는 서기 1430년 9월 13일 경주를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이 추정이 맞을 경우 마애불은 무려 593년을 버텨낸 셈이다.

마애불 주변에 철망을 설치한 모습. 경주시 제공

발견 당시 문화재청은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불상이 엎드려 있는 곳의 경사가 40~50도에 달하는 데다 해발 300m가 넘는 산 중턱이어서 크레인 등 중장비 동원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잠정 중단했다. 

 

이에 최근 엎드린 채 500년 이상 땅을 바라보고 있는 열암곡 마애불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 재추진된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작업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맡은 '마애불 보존 관리 방안 연구 용역' 결과는 올해 8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엎드린 채 땅을 바라보고 있다. 경주시 제공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하림각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진리 실상을 외면하고 허상만을 좇아 고통받는 중생을 품기 위해 대비심으로 엎드린 채, 그렇게 천년의 세월을 보냈다"며 마애불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부처님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며, 우리 모두의 본성을 회복하는 성스러운 불사"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1년에는 마애불 주변의 지반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축대벽을 쌓아올리는 등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또 산사태 및 호우로 바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마애불 주변에 철망을 설치해 훼손 위험성도 줄였다. 

 

경주시 관계자는 "마애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상의 훼손을 막는 일"이라며 "2025년을 목표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차근차근 안전하게 불상을 세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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