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이들이 아프다. 스스로 고립과 은둔생활에 가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런 청년이 서울에만 13만명이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제 서울시가 만 19∼39세 청년 5513명과 청년이 거주하는 5221가구를 조사하고 고립·은둔 청년과 지원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서울시내 청년 285만5995명의 4.5%가 고립·은둔형이라고 하니 전국 단위로 확장하면 61만명에 달한다. 19∼34세 고립 청년이 33만8961명(3.1%)일 것이라는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산보다 훨씬 많다. 서울 송파구나 강서구 정도의 인구 규모라서 충격적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온갖 개인적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오롯이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일만은 아니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를 넘어 취업이나 내 집 마련 등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그들이 ‘헬조선’과 ‘이생망’이라는 자조와 아픔을 토로할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떻게 응답했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그럴듯한 위로만으로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다독여 줬을지 의문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불황 속에 급증한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의 고독사, 자살, 범죄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2021년 ‘고독부 장관’을 임명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그 전철을 밟아가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아 미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은둔형 청년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직결된다. 은둔형 청년들로 인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연간 5000억원이라는 추산도 있다. 그들이 공동체로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들의 ‘노오력’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심리적·정서적 안정부터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 시급하다. 고립·은둔 생활의 계기로 2명 중 1명꼴(45.5%)로 ‘실직 및 실업난’을 꼽은 걸 새겨볼 일이다. 올해 정부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하니 종합적인 사회복귀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주변을 좀 더 꼼꼼히 살피고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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