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면 내가 그만둬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이 그만둘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우리카드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4라운드에서 OK금융그룹에 풀세트 접전 끝에 3-2(24-26 25-22 20-25 25-21 15-8)로 힘겨운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거둔 우리카드는 연승의 제물이 순위표 위에 있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OK금융그룹이어서 더욱 순도 높은 연승이다. 이날 승점 2를 추가한 우리카드는 승점 37(14승9패)로 승점 1을 추가한 OK금융그룹(승점 37, 12승11패)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승수에서 앞서 3위로 한 단계 도약했다. 아울러 올 시즌 OK금융그룹을 상대로 4전 전승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부진했던 아가메즈가 5세트 들어 맹활약을 쳘치며 팀내 최다인 23점(블로킹 3개, 서브 1개)을 올렸고, 토종 주포 나경복도 공격성공률 55.56%의 고감도 공격을 뽐내며 22점(서브 2개)을 올렸다. 4세트부터 ‘신스틸러’ 활약을 뽐낸 김지한도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4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리며 쌍포를 보좌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을 찾은 신영철 감독은 “1세트를 역전패하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지는 분위기로 갔는데, 4,5세트에서 선수들이 리듬을 찾아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3세트를 내주며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신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리시브 능력이 돋보이는 아웃사이드 히터 송희채를 빼고 공격력이 좋은 김지한은 선발 출장시킨 것. 아가메즈-나경복-김지한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강한 공격력을 기대하는 라인업이었다.
신 감독의 승부수는 그야말로 적중했다. 4세트도 초반 4-10으로 밀리며 끌려가는 상황에서 김지한이 3연속 서브에이스로 경기 양상을 뒤집으며 4세트를 따냈기 때문. 김지한은 5세트에서도 블로킹과 서브에이스 1개씩을 포함해 5점을 올리며 승리를 일등공신이 됐다. 신 감독은 “4세트부터 김지한을 넣은 것은 공격력 강화를 통해서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는데, 제대로 먹혀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 감독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해 복귀전을 치렀다. 그가 코로나19로 자리를 비웠던 지난 2경기 맞상대가 리그 1,2위를 달리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었는데, 김재헌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치른 2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팀이 모두 이겼으니 오늘 경기에 대한 부담이 더 컸을 것 같다”고 묻자 신 감독은 웃으며 “경기 전에 오늘 경기 지면 내가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구단 관계자들에게 농담하기도 했다”면서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문제 등으로 부진했지만, 4라운드 들어 상위팀들을 모두 잡으면서 선수단의 자신감도 크게 올라올 듯 하다. 교만에 빠지는 것만 경계하면 앞으로도 재밌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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