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그제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언급하며 “근본적 해결 방법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오는 4월 지하철과 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예산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지원분 3585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서울시와 기획재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부채 원인을 정부가 제공해 놓고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는 오 시장의 말은 일리가 있다.
지하철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다. 서울시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들은 “최근 5년간 전국 도시철도의 연평균 순손실 1조3165억원 중 무임승차의 비중이 약 41%(5411억원)”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40년 누적 적자가 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특히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은 2020년 1조1448억원, 2021년 9957억원, 지난해 1조2600억원 등 안정적 운영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적자가 커졌다. 민간기업이었으면 서울 지하철은 이미 파산했을 것이다.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런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올해 65세가 된다. 이들을 시작으로 연 100만명 가까이 태어났던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 대열에 들어선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다. 우리처럼 특정 연령 이상 100%에게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주는 나라나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는 월 소득 약 300만원 이하인 퇴직 고령층만 무임승차하고, 영국은 출퇴근 시간에는 무료 탑승이 없다. 미국도 주에 따라 지하철 요금의 30~50%를 할인해 준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적용 연령을 높이거나 선진국처럼 소득과 이용 횟수, 이용 시간대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는 등 기준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분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노인회 차원의 전향적인 양보 선언이 나온다면 문제 해결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정치적으로 부담된다고 해서 폭탄 돌리기 하듯 마냥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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