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제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예상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에 맞춰 종전 네 차례 ‘자이언트’(0.75%포인트 인상), 한 차례 ‘빅’(0.5%포인트 인상) 스텝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러나 “(인플레에)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며 “두어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고물가·고금리 고통이 길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최대 1.25%포인트로 커진 것은 걱정스럽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연 5∼5.25%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만간 우리나라 금리와의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수출 격감 탓에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기침체도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금리 역전 현상을 오래 방치하면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락할 위험이 커진다.
이 와중에 물가까지 가파르게 뛰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라 상승 폭이 3개월 만에 확대됐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6.1%나 뛰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이 30% 가까이 폭등한 탓인데 향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고돼 물가 불안은 가중될 게 뻔하다. 한국은행도 “물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2월에도 상승률이 5%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고금리·고물가가 금융·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거시경제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물론 물가를 잡으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부문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에 대응하는 한편 최적의 정책 조합을 더욱 정교하게 모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를 좇아야 하는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신 정부와 금융 당국은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조정·신용회복 프로그램도 더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우량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몰려 흑자부도를 내는 일은 막아야 하지만 가망 없는 좀비기업의 퇴출 등 구조조정은 서둘러야 한다. 저성장·고물가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규제 혁파와 신성장 동력 발굴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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