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 교훈 잊고 또 폭주하면
내년 총선서도 민심 역풍 맞을 것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 12월 재판에 넘겨진 지 3년2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관련 7개 혐의 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제출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수수한 부분도 뇌물은 아니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이어 조 전 장관에게도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다. 2, 3심 재판이 남아 있긴 하지만 1심 법원이 조 전 장관에게 실형을 선고한 건 우리 사회의 근간인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린 죄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하여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으로서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 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부정입학 의혹 등이 보도되자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검찰 수사 때는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하더니 막상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정 전 교수의 유죄가 확정되자 승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유죄 판결로 그의 해명과 답변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조 전 장관 1심 재판이 3년 넘게 늘어진 데 대해 법원의 무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장과 주심 교체로 2년 넘게 공판만 거듭하더니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 등의 휴직으로 하염없이 길어졌다. 판사들이 시간을 끌면서 재판을 뭉갠 측면이 크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현실이다.
2019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는 기회로 삼는 대신 국민 갈라치기로 ‘조국 구하기’에 나섰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21년 4·7 재보선에서 참패했지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교체 여론이 비등했음에도 야당과 언론을 탓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에 실망한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게 지난해 대선 결과였다.
현 상황은 조국 사태 때와 판박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각종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면서 나라가 둘로 쪼개졌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이 대표가 소환되는 검찰청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정반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총선을 앞두고 3년여 만에 진영 대결이 재연되고 있다. 민주당은 방탄국회도 모자라 오늘 장외투쟁에 나선다. 국민 편 가르기로 이 대표 개인 비리 혐의를 덮으려는 것이다. 공당이자 원내 제1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잊은 지 오래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