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며 전임 문재인정부에서 회의 규모가 축소된 것을 겨냥해 “가짜 평화에 기대 민·관·군·경의 통합방위훈련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한 범국민적 총력전 수행체제가 약화한 측면을 언급한 것이다. 앞으로는 본인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의 위중함을 강조하며 공무원들의 빈틈없는 대비태세 확립을 주문했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적의 침투·도발 등 국가안보 위협에 대비해 민·관·군·경이 공동으로 통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발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1968년 처음 개최됐다. 최근 3년간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서면 또는 화상으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모든 통합방위 관계기관이 참석하는 대면 회의로 진행됐다. 대통령이 직접 이 회의를 주재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회의에서는 올해 5월 전국 단위 민방공 훈련을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소개됐다. 민방공 훈련은 2018년 이후 실시되지 않았다. 안보 위기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 사태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민방공 훈련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 안보는 뒷전이었다. 김정은의 ‘가짜 평화쇼’에 매달리면서 안보 불감증이 확산됐다. 종북 세력이 백주에 주체사상을 외치고 김정은 찬양교육을 벌이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최근에는 노동운동의 탈을 쓰고 간첩활동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원은 민노총 핵심 간부와 북한 공작원 접촉 사실을 포착하고도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다며 수사를 뭉개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 안보 경각심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7일 출간된 ‘아베 신조 회고록’에서 아베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려 방일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때를 떠올리며 “(그가) 김정은은 훌륭하다고 얘기했다”고 했겠나.
말로 하는 평화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진짜 평화를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 대통령의 중앙통합방위회의 주재는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도 안보 위에서 있는 것이다. 안보는 군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안보는 군인들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군경과 정부, 민간이 하나가 돼야 지켜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