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친구 만나면? 게임·수다!… 10대 운동량 세계 ‘꼴찌’ [S스토리]

관련이슈 S 스토리 , 세계뉴스룸

입력 : 2023-02-11 18:01:27 수정 : 2023-02-12 11:11: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입시 위주 청소년 교육 변화 필요
체육, 공동체 의식·인성 함양 도움
정서적 발달시기에 덩치만 커져

남녀 10명 중 9명이 ‘운동 부족’
30.8%가 비만·과체중에 해당돼

초등 1~2학년은 통합 교과수업
체육을 음악·미술과 묶어 배워
신체활동 저조… 3학년 때 분리

“저학년부터 뛰고 유연성 길러야
여러 종목 학교에 연계·확대를”

야외 활동 줄고 원격수업 등 영향
부모들 “움직이기 싫어해” 하소연

신체·정신적으로 발달해가는 성장 시기에 한국 청소년들이 ‘운동 없이’ 커가고 있다.

 

해외 선진국일수록 “‘지덕체(知德體)’ 순이 아니라 ‘체덕지’ 순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생각을 교육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지만 입시 위주의 한국 청소년 교육은 거꾸로다.

 

한국의 10대들은 70대 노인보다도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일주일에 1회·30분 이상 운동) 비율은 52.6%에 불과했다. 2021년(55%)보다 2.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0대 절반은 일주일에 30분도 운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70대 이상 노년층의 생활체육 참여율(54.3%)보다도 낮았다.

 

전문가들은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 의식과 인성 함양 등 사회인의 기본 소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체육 교과를 강화하고 여러 스포츠가 학생 체육 활동에 침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70대보다 운동 안 하는 10대… 세계서도 꼴찌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 청소년들의 운동부족 실태는 심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전 세계 146개국 11~17세 청소년 약 160만명을 대상으로 운동 상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한 나라(운동부족 비율 약 94.2%)로 나타났다. 한국 여자 청소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97.2%의 운동부족 비율을 보였다. 남자 청소년의 운동부족 비율도 91.4%로 필리핀 다음으로 높았다.

 

“운동량이 부족하니 아이가 살이 찌고, 건강이 걱정돼요.”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1)군의 어머니 이모(39)씨는 아이가 방학이라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진 상태로 학원과 집만 오간다. 동네 공원을 주말에 가끔 거니는 것 외에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김군은 올해 겨울 벌써 살이 3㎏이나 쪘다. 꼭 방학이라서만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학기 중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주 2~3시간’ 학교 체육 시간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된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포츠를 즐기는 건 과분한 상황이다.

◆비만 증가, 스마트폰만 ‘만지작’

 

운동부족 문제는 그대로 아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운동부족은 소아비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지혈증·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 위험을 높일 위험이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 전체 학생 중 비만 학생 비율은 2019년(15.1%) 대비 3.9%포인트 증가한 19%로 나타났다.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포인트 늘어 11.8%다. 비만 및 과체중에 포함되는 학생이 10명 중 3명(30.8%)꼴인 셈이다.

 

운동 대신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박모(15)군은 “평소에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도 카페를 가거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며 “학교 체육 시간에도 그냥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A(17)양은 “운동보단 학원이 더 친숙하다”며 “평소에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다”고 전했다.

광주 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육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체육 교과·시설 강화 필요”

 

학교 체육 교육 전반을 뜯어고쳐서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신체 활동의 기초를 쌓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통합 교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초등학교 1~2학년은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음악·미술을 합친 통합교과 수업을 받는다. 교과명은 ‘즐거운 생활’, ‘건강한 생활’. 즐거운 생활의 목표를 보면 ‘즐거운 놀이 중심의 활동을 통해 운동 능력을 기른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모습은 빈약하다. 교사 재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음악과 미술이 함께 묶이다 보니 체육이 외면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단순히 ‘음·미·체’라는 이름으로 묶였지만, 동떨어진 영역인 만큼 이것들을 수업에 결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며 “체육이라는 단어 자체를 3학년에서야 알게 되는 학생도 있다. 체육 수업을 하고 싶어서 3학년이 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신체 활동을 일찍부터 익히기 위해 체육 교과 분리를 강조한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체육 수업을 통합 교과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음악과 미술에 묶어서 함께 다루는 경우는 없다”며 “뛰고, 공을 치고, 유연성을 기르는 건 초등학교 1∼2학년 시기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본인이 원하는 체육 활동에 관심을 갖고 금방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종목 단체들이 학교 현장에 연계·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교 스포츠 클럽도 더 발전하고 스포츠 저변도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학교 운동장도 개선이 필요한 곳이 많다. 김미옥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중학교 운동장 27.5%가 운동장 규정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 수에 따라 일정한 면적이 확보돼야 하지만 학교 근처에 체육 공공시설이 있거나 학교가 도심지에 위치한 경우 등 예외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뛰어놀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설을 확보하고 각종 시설과 효율적인 연계를 통해 ‘운동할’ 환경 조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후 학생들 4~5㎏ 쪘다

 

코로나19 사태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제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학교 안팎에서 대면 활동이 위축되면서 운동 부족의 고질적인 문제가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체육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10일 한국체육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초중고 학생의 체중이 4~5㎏나 불어났다. 2019년과 비교해 초등학교 학생은 1년 새 4.47㎏, 중고교 학생은 5.12㎏이나 증가했다.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살이 많이 쪘고, 운동량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학생들에게도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야외 활동 위축, 원격 강화, 식습관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활동 저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학교 수업은 휴교 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이로 인해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체육시설 폐쇄 등 외부 활동도 줄었다.

이규일 경북대 교수는 ‘코로나 19 시대 청소년 신체활동의 필요성과 학교체육의 역할과 과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학교 안팎의 신체활동 환경이 악화되며 청소년의 신체활동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건강 및 교육 당국의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움직이지 않는 삶’에 익숙해진 것도 문제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운동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지난 3년여간 제약이 커 아이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운동하는 걸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현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탓에 학생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쳐 신체 활동에 큰 공백이 생겼다. 역사상 이렇게 운동을 못한 경우가 없었다. 고착화돼서는 안 된다”며 “그간의 운동 부족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육 수업이 이전처럼 정상화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2~3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교육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단순 체력 증진 차원이 아닌 고강도의 신체활동을 강화하고, 학교 중심에서 학교·가정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체육 교사들 역시 단순 ‘체육 교육자’에서 ‘신체 활동 기획자’로 역할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르세라핌 허윤진 '매력적인 눈빛'
  • 르세라핌 허윤진 '매력적인 눈빛'
  • 르세라핌 홍은채 '여신 미소'
  • 김혜수 '천사 미소'
  • 이세영 '하트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