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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은행권 대출금리 '눈치싸움' 시작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3-02-23 13:00:00 수정 : 2023-02-23 17: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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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에…기준금리 인상 1년 반 만에 멈춰
3.50%로 동결…2021년 8월 이후 3.00%p 인상해
추가 인상 여지 남아…한경연, 올해 4.0%까지 전망
고금리로 고수익낸 은행들…이제 대출금리 내릴때?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 올해 1월)로 마감되면서 통화정책 초점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바뀌는 모습이다. 다만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뒷걸음치기 시작한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이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나 경기 타격 정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3.00%포인트 높아졌다.

 

일단 이날 동결로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깨졌고,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올해 1월)로 마감됐다.

 

지난 21일 오전 부산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동결 이유는

 

한은이 여덟 번째 금리 인상을 피한 것은 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배당 증가에 힘입어 겨우 26억8000만달러(약 3조3822억원) 흑자를 냈지만,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335억4900만달러)도 작년 같은 달보다 2.3% 적어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전년동월대비)가 우려된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민간소비조차 움츠러든다는 뜻이다.

 

금통위 결정에 앞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보다 경기와 금융시장을 해치는 부작용을 더 걱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이 줄어드는 데 소비도 위축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다”며 “한은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인상 가능성은 아직 남아

 

다만 미국과 금리차, 물가상승 등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요인은 여전하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유지됐다.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인데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진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져 실제로 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다시 1,3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한은이 다시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기대와 달리 3월 이후에도 5%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에도 다시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과 국내 물가 불안으로 국내 금리의 인상 압박이 높다며 “현재 3.5%인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물가 압박으로 연말 3.75∼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올해 1월 5.2%라는 큰 상승 폭을 보였고, 농산물·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근원물가도 작년 8월 4.4%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근원물가 상승률(5.0%)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5.2%) 이후 13년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자기상관 이동평균 모형 등 10개 모형을 통해 올해 국내 기준금리를 예측해본 결과 상반기 말 3.75%, 연말 4.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물가부담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국내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경쟁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국내 경제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금리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은행 대출금리는 어떻게

 

한은 기준금리 동결이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본래라면 동결은 말그대로 현상 유지기 때문에 은행권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지만, 최근 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그동안 고금리 기조 속에 막대한 이자수익을 낸 은행권을 향한 ‘돈잔치’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최근 대출금리 인하 조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내렸다. 최저금리는 4%대로 낮아졌다. 또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상향했다. NH농협은행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한다. 우리은행은 주담대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전날부터 확대했다.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잔액코픽스 기준 최대 0.35%포인트 낮아진다. 전세자금대출은 KB주택전세자금대출, KB전세금안심대출 및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가 인하된다. KB주택전세자금대출 및 KB전세금안심대출 금리는 신잔액코픽스 기준 최대 0.55%포인트 내려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신잔액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 0.45%포인트, 주담대 5년 변동금리에 0.20%포인트씩 거래실적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신잔액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는 20일 연 5.91~6.71%에서 21일 연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연 5.24~6.24%에서 연 5.09~6.09%로 낮아졌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에서 신용대출 금리인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어 주담대에 비해 등급별 금리 차가 크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평균금리 범위는 연 6.32~6.72%,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연 6.15~6.73%로 집계됐다.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연 4.65~5.23%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고 이자 부담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큰 상황에서 은행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사회공헌 재원 7800억원을 지원해 3년간 10조원 이상의 지원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년 후 금 송아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마실 수 있는 물 한 모금을 달라는 것”이라며 사회공헌 확대보다 금융 소비자, 차주의 부담 완화를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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