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배제 대신 공존 방안 논의중
포스코·SK하이닉스도 운영 제한
아마존·BOA 등 해외서도 규제
伊, 개인정보 수집 우려 접속 빗장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챗GPT’ 등 대화형 인공지능(AI) 사용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기밀 유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해외에선 챗GPT의 업무 활용을 제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로선 AI를 활용한 업무 능력 제고와 정보 보안 사이 적정선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용 3주도 안 돼 사고…“그래도 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모바일·가전) 부문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무상 챗GPT 활용을 허가할지 결정하기 전에 임직원들의 챗GPT 사용 경험 여부, 사내 챗GPT 활용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내부 지침을 만들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DS(반도체) 부문에서 불거진 챗GPT 오남용 사건이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DS는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챗GPT 사용을 허가했는데, 20일도 안 돼 사내 정보를 공유하는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최근 DS 사내 게시판에 게재된 공지에 따르면 챗GPT에 설비정보 2건과 회의내용 1건이 공유됐다. 챗GPT에 내부 프로그램 소스코드 등을 입력한 순간 개방형 AI인 챗GPT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학습해 외부에 공개될 위험이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럼에도 챗GPT를 원천 배제하진 않을 전망이다. DS는 질문당 업로드 용량을 1MB로 제한하는 등 ‘긴급 조치’를 내리는 선에서 사고를 수습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챗GPT 사용이 금지됐던 DX가 이번 사고에도 챗GPT 관련 여론 수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도 직접 챗GPT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금지하기보단 공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활용할지 차이는 있겠지만 (생활가전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안vs효율…“제한적 사용” 대세
챗GPT와의 공존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포스코는 챗GPT를 사용하되 내부 시스템인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내 협업 플랫폼 ‘팀즈’에 챗GPT 기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과 보안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사내망에서의 챗GPT 활용을 금지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 사용 전에 보안성 검토를 받는 허가제를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시로 사내 정보 보호와 유출 방지 관련 교육을 진행해 평소 임직원의 정보 보안 인식을 높이고 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기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챗GPT 사용을 제한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에 이어 월가 주요 은행들인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등도 챗GPT 등 대화형 AI 사용을 제한했다. 소프트뱅크, 파나소닉커넥트, 후지쓰 등 일본 기업들은 대화형 AI에 회사 기밀을 입력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정보 유출 대책을 마련한 뒤에야 제한적인 사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국가 차원에서 차단한 나라도 있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챗GPT의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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