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영국인 존씨, 동호회원과 출전
바다없는 키르기스스탄 출신 탓갓씨
호수서 실력 갈고닦아… “2024년도 도전”
“판타스틱(Fantastic)!”
지난 15일 태안 만대항 방조제에서 만난 대니얼 존(55)씨는 드론 낚시를 해 본 소감을 묻는 말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향인 영국에서도 낚시를 즐긴 그였지만 드론을 동원한 낚시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한국인 아내와 함께 경기 수원시에 사는 그는 올해로 한국살이 13년 차다. 2014년부터 드론 비행을 취미로서 시작했지만 드론낚시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근 인터넷 드론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이 대회를 알게 됐고, 모집 공고가 뜨자 다른 회원 3명과 팀을 꾸려 참가를 신청했다. 팀명도 동호회 이름을 딴 ‘드론비’로 지었다.
이날 드론비는 물고기를 낚지 못했지만 팀원들 표정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존씨는 “수확이 없어 아쉽지만 굉장하고 멋진 경험을 했다”면서 “좋은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대회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대회에도 나올 것인지 묻자 “당연하다. 다음 대회 땐 아내와 함께 참가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다른 외국인 친구에게도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사람은 낚시를 좋아하지만 이런 방식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낚시라는 오래된 방식에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것에 모두 신기하고 놀라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6회 드론낚시대회에는 존씨처럼 외국인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몽골, 키르기스스탄 5개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은 가족, 지인과 합심해 물고기 낚기에 나섰다. 이들은 대회 준비 과정과 참가까지 모두 색다른 추억이라며 입을 모았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인 탓갓(31)씨에게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론 낚시는 물론 바다에서 낚시해 본 적도 없었다. 내륙으로 둘러싸인 키르기스스탄은 바다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못지않게 큰 호수에서 갈고 닦은 경력을 바탕으로 대회 출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 온 탓갓씨는 경기 파주시의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다니고 있다. 대회를 권유한 것도 이 회사 이사인 이환배(70)씨였다. 이씨는 드론 조종을, 탓갓씨는 낚시를 담당하기로 하고 ‘푸른하늘’이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를 준비하며 드론에 관심이 생겼다는 탓갓씨는 “대회에 오니 날씨 등 여러 변수에서 어떻게 드론을 조종하고 낚시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흥미로워했다. “대회에서 수상하면 드론 장비를 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다음 대회에도 꼭 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서울에 사는 러시아인 알렉산드라(33)씨도 또 다른 러시아인 부부와 함께 ‘에바라’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나왔다. 알렉산드라씨는 한국에 오기 전엔 낚시를 할 줄도 몰랐지만, 남편인 이대원(38)씨와 전국 곳곳으로 낚시 여행을 다니며 실력을 길렀다. 이씨는 “적어도 망둥이 낚시 실력은 아내가 저보다 낫다”고 너스레를 놓았다.
에바라팀도 이날 수확은 없었지만 재출전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알렉산드라씨는 “아쉬워도 낚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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