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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음주운전 사망 초범도 벌금형 안 돼”…감경 요소서 ‘종합보험 가입’도 제외

입력 : 2023-04-18 06:00:00 수정 : 2023-04-18 0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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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에 의견서 제출… 24일 의결 앞둬

‘음주운전’ 무관용원칙 세운 檢
당시 사고 현장 간 이원석 총장
“재발 없게 조치·제도 개선 필요”

일각선 “음주운전만 특별 취급”
형평성 문제 논란 가능성 지적

대전 60대 만취운전자 구속송치

검찰이 음주운전 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양형 감경 요소에서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제외하는 한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경우에도 벌금형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발생한 ‘대전 스쿨존 사고’를 계기로 더욱 엄정한 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교통사고 양형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 감경 요소로 인정되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감경 요소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초범에게도 벌금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관계기관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탄방중 앞 사고 발생지역에서 시민들이 고(故) 배승아 양을 추모하기 위해 헌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는 “자동차종합보험은 대다수 운전자가 가입해 있는 만큼, 감경사유로는 맞지 않고, 오히려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를 가중 양형 인자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볼 때”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양형기준과 상이한 판결을 내릴 때는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별도로 기재해야 한다. 또 감경·가중 요인을 제시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형위는 앞서 올해 2월 회의에서 교통범죄 양형기준 설정 및 수정안을 마련한 데 이어 24일 의결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는 기존 양형안을 상향하는 한편 그동안 양형기준이 없었던 스쿨존 내 어린이 치사상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또 ‘위험운전’ 범주에 포함시켰던 음주운전 양형기준도 새로 추가했다. 신설된 안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으로 어린이가 다치면 최대 10년6개월형, 숨질 경우 최대 15년형을 권고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배승아양 스쿨존 참변’ 공분… “유족 바람대로 처벌받아야”

 

검찰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음주운전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등의 양형 감경 요소를 제한하자는 의견서를 제출한 배경에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는 무관용 대응이 필요하다는 일반의 여론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 더구나 스쿨존 내 교통사고의 경우 국민적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배승아(9)양 사고를 계기로 차제에 처벌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현행 양형 기준의 일반 감형 요소에서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벌금형 대상에 ‘범죄 전력이 없음’이 추가돼선 안 된다는 의견 또한 개진했다. 공청회 중 일부 관계 기관 사이에서 초범인 경우도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1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운전 승용차에 치어 숨진 고(故) 배승아 양의 사고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방침에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11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숨진 배양의 사고 현장을 찾아 “검찰총장 이전에 사회의 한 어른으로서 배양에게 일어난 일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추모한 바 있다. 이 총장은 “유족들의 바람대로 응당 받아야 할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조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음주운전의 감경 요소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감경받은 사례 또한 적지 않다. 2022년 3월 A씨는 술에 취한 채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서 2㎞ 거리를 운전하다가 5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35%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받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해 피해자들에게 2억9000만원이 배상됐으며, A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설명했다.

 

지난달 양형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도 종합보험 가입 등을 감경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승 경찰청 교통수사계 기획반장은 “올해 3월 기준 89.3%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이를 꼭 감경 요소로 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형 기준을 높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승진 법무법인 세웅 대표변호사는 “국민 인식과는 다르게 처벌 강화가 범죄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또, 대부분 범죄에서 피해자 손해를 배상할 경우엔 처벌 수위에 참작을 해주는데, 음주운전만 특별 취급할 수 있느냐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방모씨가 둔산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유가족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편 대전 둔산경찰서는 배양을 숨지게 한 전직 공무원 방모(66)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대전지검에 구속송치했다.

 

방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둔산동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9∼11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조사됐다.


백준무·안경준·유경민 기자, 대전=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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