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사고를 낸 산업체 대표들이 잇따라 죗값을 받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노서영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A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법인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노 판사는 A씨에게 40시간의 산업안전보건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비금속광물분쇄처리업을 해온 A씨의 공장에선 지난해 2월 25일 폐드럼통을 가스절단기로 자르던 50대 근로자가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폐드럼통은 인화성 액체인 도로용 변성알킬드 수지를 담아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드럼통 안에 있던 유증기가 가스절단기의 불꽃에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 폭발로 폐드럼통 뚜껑이 날아가면서 근로자의 머리를 쳤고, 해당 근로자는 뇌손상으로 숨졌다.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다른 50대 근로자도 이 뚜껑에 맞아 치아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노 판사는 “A씨가 폐드럼통 내에 있는 인화성 유류와 고체,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 폭발이나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이 작업이 인근 현장에서의 레미콘 끼임사고 발생을 계기로 비슷한 사고 발생을 막으려고 콘베이어벨트 주변으로 드럼통을 설치해 안전지지대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붕 해체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건설업체의 대표 50대 B씨는 실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노서영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산업안전사고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B씨의 회사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가 도급받아 진행하던 울산 북구의 한 공장 건물 철거 공사현장에선 지난해 5월 60대 근로자가 지붕 해체 작업을 하다가 약 3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해당 근로자는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샌드위치 패널을 밝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패널을 지탱하고 있던 장치가 휘어지면서 추락했다.
노 부장판사는 “사전조사를 통해 위험성을 확인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그에 따라 작업하게 해야하는데 하지 않았고, 지붕 위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하면서 필수적인 안전장치인 안전대 부착설비를 하지 않아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산업안전 사고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울산지검 형사제5부(부장검사 노선균)는 울산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업체 대표 C씨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하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6일 C씨가 운영하는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 공장에서 사출성형기 내 플라스틱 찌꺼기(스크랩) 제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금형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C씨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종사자 의견을 듣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해당 공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공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공장장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인 사실을 여러 차례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울산지검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두 번째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산업안전 중점 검찰청인 울산지검은 앞으로도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지검은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지역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진 사건을 수사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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