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있어 요금 현실화 불확실
에너지 낭비·산업구조 개선 계기 돼야
오늘부터 전기·가스요금이 5.3% 오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 당정협의를 갖고 전기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부담액(전기 사용량 332㎾h·가스 3861MJ 기준)이 전기요금은 3000원가량, 가스요금은 4400원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전기를 팔수록 손해보는 한전의 역마진 구조가 다소 완화되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지난해 한전의 ㎾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역대 분기별 최고 수준인 ㎾h당 13.1원이었지만 구입단가와 판매단가는 각각 174.0원, 146.6원으로 역마진이 27.4원에 달했다. 한전이 올해 적정 인상액으로 제시한 ㎾h당 51.6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전의 자구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한전은 2021년부터 2년간 38조5000억원, 지난 1분기에 6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에서 1분기에는 3조원이 증가했다. 45일이 지나서야 요금을 올리면서 한전의 추가 수입은 고작 2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지속적인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인상 기조가 유지될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3·4분기와 내년 1분기 요금 인상이 불가능해지거나 ‘찔끔’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오죽하면 이번 조치가 올해 마지막 요금인상이라는 비관론마저 확산하고 있겠는가. 취약계층에 한해 평균 사용량까지는 인상분 적용을 1년 유예한다지만 역대급 폭염이 우려되는 올여름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될까 걱정이다.
에너지 가격 결정의 정치화를 비판하던 윤석열정부가 이전 정부의 실정을 되풀이하는 건 질타받아 마땅하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연료가격 상승이라는 외생적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 에너지 과소비 풍토와 산업구조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정부의 책무다. 무엇보다 더는 정치셈법이 에너지 가격을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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