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담부서 설치 정책 발굴
‘소멸 위기’ 지자체 외국인 유치 경쟁
경기도, 생계비 등 명목 최대 100만원 지원
내·외국인소통 프로그램 실시 편견 해소
충북도, 67억 투입 등록외국인 6만명 추진
광주 ‘고려인 마을’ 성공적 정착사례 꼽혀
28개 시군구 지역특화형 비자사업 시행도
‘고사위기’ 지방大들도 유학생 유치 총력
교육부도 해외인재 유치 전담기구 꾸려
우수 유학생 국내 취업·정착 적극 지원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생존을 위한 외국인 유치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15일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 중 소멸 위기 지역은 59곳으로 나타났다. 광역 자치단체별로는 전남이 13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10곳, 경북 9곳 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감소로 △산업단지 등의 인력난 △지방대 존폐 위기 △농촌 일손 부족이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면서 외국인 유치라는 사실상의 ‘지자체 이민 정책’을 통해 주민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난 1월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해 지역 실정에 맞춘 외국인 정책 발굴에 나섰다.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칠 ‘경북형 세종학당’과 비자 발급을 안내할 경북비자센터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3월에는 전국 최초로 유학생 취업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국인 일자리 사업을 주선하고 있다.
충북도는 ‘외국인과 재외동포가 함께하는 충북’이라는 도정(道政) 목표를 수립했다. 67억원 사업비를 투입해 등록외국인을 6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외국인 정책참여단과 전문가 자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이주 외국인 수요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수도권인 경기도도 외국인 유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저소득 외국인 주민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로 했다. 생계·의료비 등의 명목으로 50만~100만원을 지원하는 외국인 주민 긴급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골자로 한 ‘내외국인 주민 문화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광주광역시는 외국인 전담 부서 설치를 논의 중이다. 종합외국어고 설립과 법무부 지역특화 비자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미 성공적인 외국인 정착 사례가 있다.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출신 한인 동포가 거주하는 고려인마을이다. 현재 고려인식당 등에서 300~4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으며, 인근 4개 초·중학교 학생이 늘어날 정도로 자족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광주 고려인 마을을 모델로 고려인 동포 유치 계획을 수립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올해 역점사업으로 광주 고려인마을을 모델 삼아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동포 1000명 유치를 통해 제천 고려인마을과 유목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9개 시도, 28개 시군구에서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이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법무부가 기본 요건과 지역특화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인구감소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거나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전남도는 외국인 인재와 동포 가족을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학력과 소득, 한국어 능력 등 요건을 만족하는 우수 외국인에게 인구감소지역 취업과 5년 이상 거주 조건으로 거주(F-2-R) 비자를 발급해 준다. 외국 국적 동포와 가족은 거주(F-4) 비자 발급으로 취업 활동을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사상 최악의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부부가 평생 낳는 자녀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명도 안 되는 0.78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사망자는 출생아보다 12만3800명 많은 생사역전 현상으로 순인구가 12만명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총인구 대비 17.5%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은 불과 3년 후인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의 외국인 주민 수는 213만4569명이다. 전체 인구의 4.1%에 달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16만6869명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각 지자체가 외국인 유치에 나서는 배경에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출산율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그동안 각 지자체의 ‘인구 뺏기’ 경쟁으로 소모적 갈등을 빚었다는 반성이 있다. 현재의 인구 늘리기 정책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국인 유치로 인구의 파이 자체를 키우겠다는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방대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안간힘
이런 상황에서 각 지자체와 지방대는 청년층에 속하는 유학생 유치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대 소멸은 지방 위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 외국인은 산업현장과 농촌은 물론 지방 대학가에 활력을 불어넣는 귀중한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 해외 유학생 유치는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됐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월 116명의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생존전략 방안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 요구’(27.5%)와 함께 ‘유학생·성인학습자 유치’(24.8%)가 꼽혔다.
충청권의 대학 관계자는 “대입은 서울권 대학 정원을 다 채우고 남는 정원을 지방이 나눠 갖는 구조인데 서울권 대학 정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수험생 자체가 줄다 보니 지방 대학 신입생이 급감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경우 지방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한 명이 입학하면 부모 두 명에게 취업 비자를 준다. 학부모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 아버지가 번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어머니가 번 돈은 저축하게 해 지역 정착을 돕는다.
외국인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도 경북에 있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졸업과 동시에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 개선을 법무부에 건의했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외국인 대학생에 대한 지원폭도 더 커진다. 지역 기업에서 5년간 취업을 약속하면 대학원 학비와 체류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전담 자율기구를 꾸리며 대학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교육부는 최근 기획조정실 글로벌교육기획관 산하에 정원 7명의 자율기구 해외인재유치지원담당관을 구성했다. 자율기구는 중앙 부처 장관 승인으로 훈령을 개정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교육부는 지방대가 살아남기 위해선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유학생 유치 경쟁력 제고 방안(스터디 코리아 3.0) 수립에 나섰다.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교육부는 지자체와 지방 대학이 상생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정주까지 유도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지원 사업과 지역특화형 비자를 연계 활용해 유학생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허용시간을 주당 최대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리고,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유학생에겐 구직 비자 갱신주기를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지방 대학들은 유학생도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에 유학생 전담학과를 운영하고 비자 문제를 완화하는 등 우수한 유학생들의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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