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교원,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사측이 맺은 단체협약에 문제가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부터 단체협약이 있는 공공부문 479개 공공기관의 단협 실태를 점검해 그제 발표한 결과다. 179개 기관(37.4%)에서 불법이나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하면 해고한다는 황당한 규정이나 노조 간부 인사는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둔 기관도 있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노동관계법을 어긴 것으로 놀라 입을 다물 수 없다.
노동조합법은 노조 미가입이나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하는 것은 물론 노조 제명이나 탈퇴를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한 공공기관 노사는 노조 가입 대상 직원이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는 규정에 버젓이 합의했다. 노조와 교섭 사안이 아닌데도, 승진심사위원회 구성을 노조와 협의하고 노조 추천 위원을 30% 이상 참여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단협에 담은 곳도 있다. 노조가 채용 거부를 하면 사측이 수용한다거나 노조 집행부 인사 시 노조 사전 동의를 받고, 노조 간부를 임기 중 인사이동하지 않는다는 불합리한 규정도 지적받았다. 공직사회가 ‘철밥통’도 모자라 ‘노조 밥그릇’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에 적발된 공공노조는 민노총 51.8%, 한국노총이 17.1%로, 양대 노총 소속이 대부분이다. 특히 민노총 소속 공무원 관련 노조의 단협에서 불법·무효 요소가 발견된 곳은 82곳 중 79개에 달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강성 노조의 단면이다. 민노총은 엊그제엔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1박2일 노숙 집회를 벌였다.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겠다는 대규모 집회 현장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소변으로 악취가 진동했다.
노동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이다.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노동개혁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0.3%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노조의 불법 단체협약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단호하고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집회 현장에선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고 큰소리치는 물렁한 자세로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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