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현장 취재로 경찰에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현직 언론인에게 홍콩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고 주요 외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영방송 RTHK의 프리랜서 다큐 프로듀서 바오 초이가 2019년 시위 현장 취재 중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이듬해 체포돼 2021년 6000홍콩달러(약 1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은 것에 대해 대법원인 최종 항소법원이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바오 초이는 2019년 7월 홍콩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백색테러’를 취재하기 위해 정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소유주를 찾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색테러는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시위 참여자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친 사건이다. 바오 초이는 흰옷을 입은 사람들을 태우고 떠난 차량의 소유주를 탐문하던 중 관련 정부 기관 홈페이지에 “기타 교통 및 운송 관련 문제”를 위해 정보를 사용하겠다고 신고했다. 홍콩 경찰은 해당 정보가 보도에 사용된 것을 두고 정부를 속였다며 바오 초이를 체포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바오 초이는 “홍콩의 모든 언론인에게 매우 암울한 날”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인들은 이 판결이 홍콩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킨다며 분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최종 항소법원 판사 5명은 바오 초이가 심각한 불공정을 겪었다며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면 판결문을 통해 “문제의 날짜에 차량 사용 내역에 대한 언론 취재가 ‘기타 교통 및 운송 관련 사항’이라는 광범위한 범주에 속한다”고 밝혔다.
최종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바오 초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며 “그러나 나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신념은 쉽게 빼앗길 수 없다고 믿는다. 오늘 승패와 상관없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보여준) 끈기는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홍콩에선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도입된 이후 언론 자유 위축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홍콩 대표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는 2021년 폐간됐고, 그 사주인 지미 라이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2월부터 수감 중이다.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지난달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180개 국가 및 지역 중 14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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