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환자의 입속에서 구더기가 나올 수 있나요. 끔찍한 장면에 치가 떨립니다.”
충남 보령에 사는 김모(40·여)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전북 익산의 한 요양병원을 찾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져 투병 중인 아버지(83) 입안에서 구더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를 살피던 중 입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있어 자세히 보니 1∼2㎝가량 돼 보이는 구더기들이었다”며 “너무 놀랐지만, 다급한 마음에 의료용 위생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어 3마리를 잡아냈다”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간호사도 긴 면봉을 이용해 구더기를 잡으려 했으나, 입안과 목을 들락거리는 바람에 쉽지 않자, 석션(흡입기)을 통해 목구멍 안쪽에 숨은 구더기까지 빨아냈다고 한다.
딸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간호사는 “아버님이 입을 벌리고 있어 아마도 파리가 들어가 알을 깐 것 같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기저귀에서도 구더기가 나왔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버지의 충격적인 모습에 쉽게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몸에 구더기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 날 인근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가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더 이상의 구더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검사에서도 염증 수치는 정상 범위로 나왔다.
김씨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에서 농사를 짓는 아버지는 지난해 7월 밭에 농약을 치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로를 이동하던 중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머리를 크게 다쳐 대학병원에서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불명에 빠져 숨만 겨우 쉴 정도였다. 이에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언니와 함께 사는 충청권 인근에 있는 이 요양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셨고 지난 1년여 동안 틈나는 대로 아버지를 찾아 병수발을 거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병원비로 한 달에 자동차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료 400만원에 간병비와 비급여항목비 80여만원 등 500만원 가량을 지급했는데도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를 뵐 때마다 심한 악취가 나고 몸에 발진처럼 수포가 올라왔고 입 냄새가 심했지만 병원측은 면역력이 약한 때문이라는 설명 뿐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하는 수 없이 틈틈이 보온병에 온수를 담아가 환자의 몸을 닦고 구강 면봉과 식염수로 입 안을 닦아드리곤 했다”며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일에 너무나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의료계는 이를 ‘구강 구더기증’으로 보고 있다. 김씨처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가 장기간 입을 벌린 채 거동을 못하자 파리가 입안에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 더러 확인돼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참다못한 가족은 병원 측에 재발 방지와 함께 환자 관리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영상장치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향후 3개월 치 간병비를 받지 않겠다는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병원은 의도적으로 괴롭힌 건 아니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고 치료 과정 미흡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피해 보상은 자동차보험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면 공단에 청구해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김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최근 아버지를 충남 천안의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환자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옴에 물린 흔적들이 보이고, 피부가 매우 좋지 않아 시급히 치료해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문제의 병원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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