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이 결정된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묶어두는 행정절차가 조만간 시작된다. 서울 중구는 서울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기 위한 입안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이날 민선 8기 취임 1년을 맞아 충무아트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은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며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추진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부지에 의료시설만 들어올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려면 중구청이 열람공고를 한 후 입안해서 서울시에 요청하면 서울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시로부터 오늘도 빠른 입안절차를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실무적으로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는 이달 중 입안과 관련한 구청 내부 의사 결정을 완료한 후 기초조사, 계획안 작성, 사전 협의, 열람공고, 유관기관 협의를 밟을 계획이다. 이어 구 도시계획위원회와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확정된다. 입안 기초 작업부터 서울시에 안을 넘기기까지는 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구는 예상했다.
김 청장은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아도 의료공백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 백병원 입원 환자수가 126병상 중 약 50명 정도인데 국립의료원에 남아 있는 병상이나 수용 가능한 환자들을 보면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며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의료공백을 생각해 주말과 야간에 문 여는 병원들을 구청에서 지원해 만들고 주민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송도병원 등 백병원에 준하는 급의 관내 병원들이 잘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중”이라며 “주변 직장인이나 주민은 의료 서비스에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에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 청장은 “서울백병원이 의료시설로 존속하기 위해 다른 병원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등 아직 변수가 많다”며 “중구나 서울시가 지원해야겠다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백병원에 지원하면) 적자를 보는 다른 병원을 모두 지원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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