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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녹색채권 ‘무늬만 친환경’ 우려… K택소노미, 갈 길 멀다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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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06 06:00:00 수정 : 2023-07-07 14: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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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완’ 대안 韓녹색분류체계 논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 위기 대비책
친환경 경제활동 추진 기업들 발행
녹색채권 규모, 2022년보다 5배 급증

원전·바이오매스, 친환경 의견 분분
안전성 우려에 이산화탄소 등 배출
환경단체 “온실가스 감축 도움 안돼”

전문가들 ‘EU택소노미 번역판’ 지적
“국내 상황 고려 않고 적용해선 곤란
촘촘하고 지속가능하게 뿌리 내려야”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논란 끝에 마련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더욱 촘촘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착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금융 위기를 뜻하는 ‘그린스완’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K택소노미가 떠올랐지만, 원자력발전과 바이오매스 등 일부 논란이 끝나지 않은 분야가 포함된 데다 기업 친환경 활동을 유도할 만한 녹색채권 발행 역시 아직까진 성과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그린스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그간의 논란을 서둘러 매듭짓고 지속 가능한 전 국가적 친환경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개월 새 약 5배 늘어난 녹색채권 발행 규모

 

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어떤 경제 활동이 친환경적인지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녹색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활용된다. 2020년 6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EU택소노미’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확정돼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됐다. K택소노미는 크게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나뉜다. 녹색 부문에는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등 경제 활동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활동들이 포함된다. 전환 부문은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한시적인 경제 활동이다. 대표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블루수소 제조, 원자력발전 등이 있다.

 

K택소노미는 기후 문제가 야기할 수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대비책이다. 올해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자보전 지원 사업’을 시행하며 한국형 녹색채권에 따른 녹색채권 발행을 시작했다. 녹색채권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으로 K택소노미에 친환경 경제 활동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등 환경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기준을 충족해야만 발행 가능하다. 정부가 친환경 경제 활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23개 기업이 K택소노미를 적용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을 포함한 14개사는 발행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11개사는 하반기 발행 예정이다. 발행된 녹색채권 총 규모는 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8배 늘었다.

◆친환경 활동 관련 모호한 기준에 여전한 논란

 

녹색채권의 발행 규모는 늘었지만 K택소노미가 지향하는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원전과 나무 등을 태워 나오는 연료로 석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매스가 K택소노미에 포함되는 등 기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안을 발표했다.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실증 등 원전 경제 활동을 ‘친환경’으로 본 것이다.

 

원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핵심은 폐기물 처리와 안전성 우려다. EU 역시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했지만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 계획을 내놓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은 구체적인 가동 시기나 처분장 위치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원전 사고 시 건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시점은 2031년으로 설정했지만 이는 유럽보다 6년이나 늦다.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바이오매스를 친환경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올해 6월 총 6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양의 경우 바이오매스(우드팰릿) 발전 설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목재와 같이 재활용 가능한 식물 등을 태운 자원으로 석유계 원료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단체들은 바이오매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석탄과 유사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K택소노미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환경부가 발표한 K택소노미는 EU택소노미의 번역판”이라며 “외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대입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K택소노미 참여 기업의 친환경 경제 활동 분류뿐 아니라 정책의 사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전환 부문에 들어가 있는 사업 중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는 위험 자산들도 있기에 (정부가) 실제 투자 금액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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