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9일째 비 내려
역대급 장마로 약해진 지반에 집중 호우
태양열·주택 등 개발 영향도
전날부터 밤새 내린 폭우로 경북 북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매몰되고 차량이 급류에 휩쓸리는 등 1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9명은 실종 상태로 생사가 불명확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 마을 주민들은 “평생 이런 재해는 처음”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번 폭우가 이렇게 큰 인명피해를 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기록적인 강수 때문이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1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일년 강우량은 1200㎜ 정도인데 사흘간 200~500㎜의 비가 쏟아졌다”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또 내려 이례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북 북부는 역대급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렸다. 경북 북부로 묶이는 안동과 예천, 영주, 문경, 봉화, 영양, 청송, 의성에는 지난 8일부터 9일째 쉬지 않고 크고 작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80㎜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었다.
이중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예천군은 장맛비로 토질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241.9㎜의 비가 내렸다. 예천군의 연간강수량은 1396㎜이다. 다시 말해 일년 동안 내릴 비의 6분의 1이 사흘 새 쏟아부었다는 이야기다.
이태형 구미대 교수(소방안전과)는 각종 개발로 자연의 고리가 약해져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열 시설과 주택을 짓는 등 각종 개발로 자연에 불균형이 생겼고 약한 곳부터 산사태로 무너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산에서 폭우와 함께 쓸려 나온 나무가 교량이라든지 배수관을 막으면서 물길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민가를 덮쳐 침수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지는 경사가 급하고 풍화암과 마사토 지대가 많다. 따라서 집중 호우 때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지형적 여건을 갖고 있다.
산림청은 경북을 중심으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주민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 밑이나 개울이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마을은 산사태 징후를 면밀히 관찰해 대비해야 한다”면서 “주민은 긴급재난문자와 마을 방송 등에 귀를 기울이고 위기 상황 때는 마을회관이나 학교 등 안전한 곳으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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