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스마트폰 경쟁력 상실 우려
갤럭시, 애플 아이폰 혁신성 밀려 고전
중국 업체, 강력한 내수시장 바탕 추격전
청소기·드론은 중국에 밀려 존재감 상실
삼성·LG 로봇청소기 명함 못 내밀어
드론은 한국 기술력 중국의 60% 수준 그쳐
한국 전자제품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기기 등의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 전자제품의 시장 경쟁력마저 잃어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이지만 혁신성과 프리미엄 등 시장을 이끄는 1위라고 하기엔 애플의 아이폰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다. 게다가 ‘가성비(가격과 성능 대비)’ 시장에선 중국 제품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자칫 양쪽에 끼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샌드위치 효과’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효자 상품’ 스마트폰… 진퇴양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한국의 ‘효자’ 전자제품이자 주력 수출상품인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과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사이에 치여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지난해 2억59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판매 대수 기준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또 2분기 연속 점유율 1위(22%)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2억2470만대를 팔아 치운 애플의 스마트폰 단일 모델로 비교했을 경우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평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모델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아이폰13으로 전체 판매량의 약 5%를 차지했다. 2위는 아이폰13 프로 맥스, 3위는 아이폰14 프로 맥스였다.
아이폰13은 2021년 12월 출시 후 2022년 8월까지 줄곧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2020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가 6위에 오른 점은 애플의 아이폰이 신제품이 아니더라도 시장 경쟁력을 잃지 않은 데다 고객의 충성도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인기 모델 10위 안에 2개 모델을 올렸다. 갤럭시 플래그십 시리즈가 아닌 갤럭시A13이 4위, 갤럭시A03이 10위다. 이 모델은 인구가 많은 중남미와 인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프리미엄’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과 동시에 ‘가성비’ 중심의 시장으로 밀려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아이폰에 비해 기술이나 인지도 등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어 버렸다는 평이 많아지고 있다”며 “아예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차라리 반도체 파운드리나 팹리스 등에 집중하자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성비 시장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화웨이, 샤오미를 필두로 중국 전자기업들이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가성비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는 12일 자국에서 폴더블폰 ‘매직 V2’의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매직 V2는 무게 231g,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의 두께 각각 9.9㎜, 4.7㎜에 불과한 데다 가격은 8999위안(약 158만원)으로 200만원 안팎의 갤Z폴드4보다 저렴하다.
삼성 갤럭시 언팩을 2주 앞두고 선공을 날린 점은 중국 전자기업이 어떤 기업을 의식하는지 알 수 있다.
아너는 글로벌 시장 순위 5위권 밖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올해 1분기 약 15%의 점유율로 샤오미와 화웨이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갤럭시S시리즈 약진을 통한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중국 제품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밀려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청소기와 드론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정보 기업인 GFK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전년도 대비 약 41% 성장한 29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비스포크’, ‘오브제컬렉션’을 내세워 로봇청소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기준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1위이고, 글로벌 점유율 1위는 에코벡스로 둘다 중국 기업이다.
무선청소기 시장도 쉽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글로벌 무선청소기 시장은 지난해 67억3000만달러에서 2026년 94억3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점유율 1위는 유럽의 다이슨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출시된 로보락의 제품 습건식 무선청소기 ‘다이애드 프로(Dyad Pro)’가 출시 11일 만에 완판되는 등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 샤오미 역시 10만∼20만원대 저가 무선청소기를 앞세워 저가형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드론 시장도 중국산이 사실상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드론마켓리포트 등에 따르면 글로벌 드론시장 규모는 2019년 176억달러에서 2025년 428억달러(약 60조7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민수용 드론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DJI가 76.0%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인텔(4.1%), 중국 유닉(3.6%)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격차는 18배 이상 벌어지고 있다. 방산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최근 저가용 제품인 TB2 드론으로 방산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드론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 중 하나다. 정보 통신, 센서 등 첨단 기술이 융·복합돼 산업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
하지만 국내 드론 업체는 평균 매출액이 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평균 인력은 11명 안팎에 그치고, 매출 비중 역시 공공기관 의존도가 평균 66.5%에 달했다.
중국산 드론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술력에서도 국산을 앞선다는 평가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2차 드론 산업 발전 기본계획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드론 기술력은 중국 등 선도국의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산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산업인 데다 방산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등 안보전략에서도 중요한 산업이다”며 “하지만 국내 드론산업은 해가 갈수록 혁신성과 존재감을 잃어가면서 경쟁에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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