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도와준 친구 잊지 못해”
“군복 빨아주던 소년 만나고파”
보훈부, 26일 부산서 초청 만찬
평화의 사도메달 등 기념품 증정
英 새커리 등 영웅들 아리랑 열창
해병대, 8월 美 본토 연합훈련
캐나다에서 온 6·25전쟁 참전용사 에드워드 버커너(91)가 소중히 간직해 온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전쟁 중 인연을 맺은 한국인 소년과 만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발음조차 불분명한 ‘Cho Chock Song’이 그 이름이었다. 버커너는 “내가 부산에 막 도착했을 때 이 소년이 많이 도와줬다”며 “(당시) 막사 안의 바닥이 매우 더러웠는데 아주 깨끗하게 청소해 줬던 소년”이라고 회상했다. “70년도 더 지났는데 이 친구가 도무지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버커너의 나이도 열아홉에 불과했다.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70년 전 밟은 한국 땅을 다시 찾았다. 25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공동 기자회견에는 버커너뿐 아니라 미군 참전용사 윌리엄 워드(92), 영국군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93)도 함께했다.
미 아칸소주 출신 워드 역시 열아홉 살에 낯선 한국에 왔다. 기본군사훈련을 받은 뒤 복무 지역을 유럽과 아시아 지역 중에서 선택해야 했는데 아시아를 택했다고 한다. 이어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당시 부대에서 옷을 빨아주고 신발을 닦아줬던 12세 소년 ‘장’(Chang)을 만나고 싶어요. 그 친구도 80세가 넘었을 텐데 날 그리워할지 궁금하네요. 다시 선택하라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해서 참전할 겁니다. 한국인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한국에서 싸운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노병들은 전쟁 기간 폐허였던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에 감탄했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된 호텔 바로 옆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잠실 롯데타워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은 도심에 들어선 고층건물을 보며 연신 참전 경험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터뷰를 한 참전용사들 중 새커리는 영국 유명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자다. 이번에 방한한 22개국 참전용사 64명 중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6일 부산에서 열릴 정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쟁 당시 한국 병사들한테 배운 ‘아리랑’을 열창할 계획이다. 새커리는 “함께 근무한 한국 병사가 아리랑을 자주 불러 저도 친숙해졌다”며 “처음엔 자장가인 줄 알았는데, 하도 많은 사람이 불러 나중엔 아리랑이 한국 국가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데 정말 놀랐다”며 “70년 전 한국에 왔을 땐 황폐하기 그지없었는데, 정말 많은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한국의 성공과 발전한 모습이 놀랍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방한한 유엔군 참전용사와 가족, 유엔 참전국 정부 대표단을 위해 26일 시그니엘부산 호텔에서 만찬을 베푼다. 만찬에서 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웅의 신발’을 증정하는 시간도 갖는다.
평화의 사도 메달은 6·25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와 예우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증정하는 기념 메달이다.
영웅의 신발은 보훈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엔군 참전용사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 헌정하는 사업이다. 방한한 64명 참전용사가 전날 3차원(3D) 스캔 방식으로 발 크기를 측정했고 이틀 만에 맞춤형 신발이 제작됐다.
전쟁 때 실종된 전우를 찾다 지뢰 폭발로 부상한 어니스트 홀덴(91·호주)이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박민식 보훈부 장관으로부터 신발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자유의 가치로 국제사회와 공동 연대’라는 주제 아래 국제보훈장관 회의가 열린다.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매튜 키오 호주 보훈부 장관, 패트리샤 미랄레스 프랑스 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유엔 참전국 대표단 전원이 참석한다. 룩셈부르크 베텔 총리가 6·25전쟁에 참전한 자국 청년들 사연을 들어 자유와 평화의 가치, 연대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유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공동선언도 나올 예정이다.
한편 해병대는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미국 해병대와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해병대 장병 50여명이 참가할 이번 훈련은 다음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트웬티나인 팜스의 공지기동전투훈련센터에서 진행되는 미국 해병대의 제병협동훈련이다. 무박으로 5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미 해병대와 합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한·미 양국 해병대는 다음달 2일부터 29일까지 기동사격훈련과 과학화장비훈련, 도시지역전투훈련 등 6개 훈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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