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을 짓겟다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했던 시행사 ‘모브(MOV)호텔앤리조트’ 실사주가 넉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따라 시행사와 대리금융기관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사업 관련 시행사 실사주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9월 합천군과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실시협약(계약)’을 체결한 뒤 사업비 2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건축면적 287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4208㎡,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 골자다.
시행사가 4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PF를 통해 550억원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군은 손해배상을 떠맡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A씨 범행은 시행사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합천군에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군이 일부 과도한 지출을 확인하면서 들통 났다.
합천군이 사업비 세부 내역 등을 추궁하자 A씨는 지난 4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에 군은 시행사 실사주 A씨를 포함, 시행사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자체 조사를 이어간 군은 A씨의 250억 먹튀 배후에는 시행사와 대리금융기관의 공모 내지는 방조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대리금융기관 관계자 등 3명을 추가로 경찰에 고발했다.
통상의 PF 대출 자금 인출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신탁사·시공사 등 자금 집행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호텔사업 사업비 대출 과정에서 군과 시공사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경찰은 합천군과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A씨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바꾸는 등 치밀한 도주 행각을 이어가다 지난 5일 대전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의 도주를 도운 공범이나 조력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도주 직전 빼돌린 자금 중 현금화한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경찰에 검거된 만큼 합천 호텔 250억 먹튀 사건에 이어 시행사와 대리금융기관과의 유착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경찰 수사는 A씨가 빼돌린 250억원의 환수 여부와 자금의 흐름 추적에 달렸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사업자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합천군은 지난 6월 김윤철 군수가 “합천 호텔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히고 대군민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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