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 입은 대원 “전통의상 너무 멋져”
수원화성 둘러보며 규모·멋에 감탄도
10일은 태풍 영향 ‘실내 행사’만 운영
스위스 대원들 탑승 버스 ‘접촉 사고’
입국 안 한 국가 대원들 배정 논란도
11일 콘서트엔 뉴진스 등 18팀 출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철수해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진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9일 곳곳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 문화를 ‘만끽’했다. 정부와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잇단 논란과 태풍 북상 등으로 야영을 조기 중단했지만 ‘새로운 체험과 모험, 교류’라는 잼버리의 취지를 최대한 살린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남은 일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각국 대원과 진행요원 등 관계자들이 머무르고 있는 서울·경기·인천·대전·세종·충북·충남·전북 지자체는 지역 특색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관광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일 조기 퇴영한 영국 대표단 4000여명과 전날 9개국 3200여명이 체류하고 있는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과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선 디제잉·비보잉·힙합·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남산둘레길 트레킹과 서울식물원 방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뷰티·패션 브랜드 체험 등도 지원한다.
각 자치구도 자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성북구 고려대 기숙사에 짐을 푼 대만 대원 400명 중 60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사찰 길상사를 찾았다. 성북구는 대만 대원들이 조를 나눠 선잠단지와 길상사, 우리옛돌박물관, 의릉 등을 둘러볼 수 있게 준비했다. 청소년 대원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찰을 둘러보고,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법정 스님의 진영(眞影)을 모신 진영각에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수십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스위스 대원들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조선시대 유생의 의복인 유복을 입고 이곳저곳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더운 날씨에 유복까지 걸친 참가자들은 연신 땀방울을 훔쳤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한 19세 대원은 “한국의 전통의상이 너무 멋지다. 한국의 ‘소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들은 곳곳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에선 볼리비아와 모리타니, 러시아 대원들이 국궁 체험과 화성어차 탑승 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국궁 체험장에선 대부분 참가자가 활이 익숙하지 않은 듯 시위를 제대로 당기지 못해 애를 먹었다. 화살 한 발을 과녁에 꽂은 한 볼리비아 대원은 뛸듯이 기뻐했다. 주변에선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화성어차를 탄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수원화성의 크기와 한국적인 멋에 감동한 듯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인천시는 시내에 머물고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시티 투어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 첨단 산업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충남 대천해수욕장에는 물세례를 받으면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머드몹신’이 마련됐다. 전북 순창군에서는 고추장 만들기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청와대와 국립박물관,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등과 연계해 각국 대원들이 한국 문화를 향유하도록 안내했다. 특히 전날 영국 대원 800명이 방문한 청와대엔 이날도 덴마크, 노르웨이, 레바논 대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도 한국 전통 사찰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계종은 잼버리 종료 후에도 독일 대원들을 상대로 강원 평창군 월정사, 충남 예산군 수덕사, 경북 경주시 골굴사 등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각국 대표단에 대한 의료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 묵고 있는 영국 대원들을 지원하고자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군 부대 ‘글로스터 대대’의 이름을 딴 글로스터 메디컬센터를 호텔 1층 로비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운영 첫날 영국 대원 23명과 카타르 대원 3명이 이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10일엔 모든 프로그램이 실내에서만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잼버리 비상대책반 간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일 태풍(‘카눈’)이 우리나라 정중앙을 통과하기 때문에 야외활동을 못 하게 하려고 한다”며 “안전 주무부처 장관인 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다도’라든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융통성 있게 만들어서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각지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기 퇴영한 스위스 대원들이 타고 가던 버스가 전남 순천시에서 시내버스와 부딪혀 8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스위스 대원은 3명이었고, 가벼운 타박상 등을 입었다고 한다. 전날 긴급 대피 상황에서 잼버리 조직위가 입국도 하지 않은 예맨 대원들을 충남 홍성군 혜전대 기숙사에 배정해 도와 군 공무원, 대학 관계자들이 오후 10시까지 손님 맞이 준비를 하며 기다리게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편, 오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엔 “뉴진스와 NCT드림, 마마무를 비롯해 몬스타엑스 유닛인 셔누·형원, 강다니엘, 더보이즈, 있지, 제로베이스원, 권은비, 조유리, 홀리뱅, 싸이커스, 피원하모니, 리베란테, ATBO, 카드, 프로미스나인, 더뉴식스 등 18팀이 출연한다”고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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