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선 아들과 바닷물 빠진 40대父 사망
5년 간 물놀이로 136명 숨져… 8월, 최다
구명조끼 미착용 등 부주의가 가장 많아
“위험구역 입수 금지, 맨몸 구조는 안 돼”
#1.지난 12일 오후 1시40분쯤 전북 완주군의 운주계곡에서 A(58)씨가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왔다가 ‘손주의 튜브를 찾으러 간다’며 물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계곡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물이 많이 불어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2.같은 날 12시50분쯤엔 강원 삼척시의 한 간이해수욕장에서 40대·10대 부자(父子)가 바닷물에 빠졌다. 이들은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버지 B씨가 결국 사망했다. 사고가 난 해수욕장은 마을 단위 간이해수욕장으로, 올해는 개장하지 않아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이나 계곡 등으로 물놀이를 떠나는 이들이 적잖다. 물놀이 도중 발생한 안전 사고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가뜩이나 최근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의 영향으로 계곡물이 불어있는 상태라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더 높아졌다. 정부는 최근 5년 간 여름철(6∼8월)에 일어난 물놀이 사망 사고 중 8월에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여름철 발생한 물놀이 사고로 136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8월 사망자 수가 전체의 절반(50.0%)인 68명이었다. 7월엔 52명(38.2%), 6월엔 16명(11.8%)이 각각 사망했다.
장소별로는 물놀이 시설로 관리되는 해수욕장(32명)이나 유원지(1명)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시설이 덜 갖춰진 하천·강(43명)과 계곡(40명)에서 사망자가 더 많이 나왔다. 갯벌·해변에서 숨진 인원도 20명에 달했다. 사고 원인별 사망자 수는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 부주의가 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수영 미숙이 41명, 음주 수영이 22명, 높은 파도나 급류가 13명, 튜브 전복이 6명 등이었고, 기타 원인도 10명이었다. 특히 음주 수영으로 인한 사망자의 경우 음주가 가능한 연령이 만 19세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수가 적잖았다.
물놀이 중 사망 사고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날 A씨와 B씨 사례에 이어 이날도 강원 동해시와 경북 포항시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동해시 한섬해변에선 12시27분 ‘물놀이객이 물에서 못 나오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70대 남성 C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C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오후 1시쯤엔 포항시 칠포해수욕장 인근에서 물놀이를 하던 50대와 60대 피서객 두 명이 물에 빠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구조됐을 때 이미 둘 다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물놀이 사고를 예방하려면 급류, 소용돌이, 수중암반 등 위험구역과 저수지, 댐, 방파제 등 금지구역에 출입해선 안 되고, 물놀이가 가능한 곳이라도 이안류(역파도) 발생이나 해파리 출현 정보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호우특보 발표 시에는 즉시 물놀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에 들어갈 때는 심장에서 먼 순서(다리부터 팔, 얼굴, 가슴 순)대로 물을 적신 후 천천히 입수하고, 준비운동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음주 후에는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라고도 덧붙였다.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우선 주변에 알려 119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맨몸으로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주변의 튜브나 스티로폼 등을 활용해 구조해야 한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 1일부터 ‘안전하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물놀이 안전수칙 지키자’를 적극 홍보·안내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례 없는 극한의 폭염으로 최근 물놀이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안전수칙을 잘 지켜 막바지 물놀이까지 안전에 유의하며 건강한 여름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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