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국회의원선거)의 전초전 격인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아직 공식 검토를 하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에선 총선 유불리와 명분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보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그의 출마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김 전 구청장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예비후보 등록 사실을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20년 구정 독재를 막고, 강서구를 다시 일하게 하겠다”며 “‘숙원해결사 김태우’가 강서구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궐)선거 직후 구정 공백 없이, 당장 그날부터 일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저 김태우뿐이다. 멈춰진 지역 숙원사업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후보’는 저 김태우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낡은 정치공학적 논리보다 누가 강서구민을 위한 ‘진짜 일꾼’인지 따져달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특감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사면·복권을 비판한 민주당 보선 예비후보들을 겨냥한 듯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민주당은 ‘음주운전’, ‘도박’, ‘알선수재’ 등 파렴치한 전과자들이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며 “최근 16년간 민주당이 강서 구정을 장기 독점해왔기에 이런 자질 없는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구청장은 또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조직적으로 ‘돈 봉투’를 뿌리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할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돈 봉투 민주당’”이라고도 질타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강서구청장 후보 무공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선이 열리게 된 귀책 사유가 국민의힘에 있는 데다, 강서구가 전통적인 험지로 꼽히는데 반해 선거에 패배할 경우 자칫 여파가 내년 총선 수도권 전역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14일 강서구청장 보선 공천 문제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아직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 없고 공론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후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합리적이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내에서 보선 출마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건 강서구청 공무원 출신인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다.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6·1 지선 때도 강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과 황동현 전 강서구의원 등도 거론된다. 모두 ‘지역밀착형’ 인사로 평가되지만 당 안팎에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다. 이 때문에 당 내부와 지역 정가에선 호남 출신에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지냈고, 이준석 전 대표의 측근으로 2030 세대에게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SNS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예측하는 총선 판세가 ‘수도권 상승’이라는 기사를 링크한 뒤 “내부 판세가 수도권 상승이라면 10월에 있을 강서구청장 보선에 후보 공천을 해서 (구민의) 판단을 받아보면 될 일 아닌가”라며 “후보를 공천해서 당당하게 승부하라”고 당부했다.
김 전 실장은 이틀 전 올린 SNS 게시글에선 “지금 상태에서는 어느 후보가 나가도 (10월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진다”며 “반전이 가능한 후보는 △당을 통합해 선거운동 총력전을 할 수 있는 후보 △20·30대를 투표로 유입할 수 있는 후보 △호남 표를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이런 조건을 갖춘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발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을 다시 등판시키는데 대한 비토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했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보선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또 내보내느냐”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보선이 앞으로의 수도권 표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이건 저희가 어마어마한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건데, 그랬다가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서 참패하면 지금 지도부는 그걸 어떻게 버텨내겠느냐”고 되물었다. 천 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 사면 자체가 부적절했다면서도 이번 보선이 아닌, 총선 출마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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