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하에 있던 중대장이 3급 비밀 문서를 파기한 사실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징계를 받은 육군 대대장이 상관인 2군단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강원도 화천에 주둔한 2군단 15사단 소속 대대장 A중령이 2군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A중령은 지난 2020년 4월 1일 중대장 B대위가 3급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을 파기한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B대위가 진급대상자라는 사실을 고려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 파기된 문건을 다시 생산하도록 지시하고 B대위에게는 구두로 경고만 했다.
A중령은 육군 규정에 따라 군사비밀 분실 사고 발생을 지휘계통을 통해 상부에 즉시 보고하고, B대위에게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처분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2군단장은 2021년 12월 14일 A중령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중령은 지상작전사령부 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했고, 항고심사위는 2022년 6월 27일 A중령에 대한 징계를 기존 감봉 1개월에서 견책으로 감경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A중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A중령 측은 “B대위의 행위는 과실로 비밀을 파기한 것일 뿐 비밀을 외부로 유출하거나 분실한 보안사고가 아니다. 또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2022년 12월 16일 개정된 국방보안업무훈령에 의하면 이와 같은 사건의 경우 경고처분 하도록 하고 있다”며 “A중령이 B대위를 경고 처분함으로써 보안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A중령과 동일한 행위를 했던 또 다른 소령은 징계를 요구하지 않는 서면경고에 그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중령이 21년간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고 성실하게 복부한 점을 더해보면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2군단장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중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희 부장판사는 “A중령은 보안 위반을 보고받고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비밀 재생산을 지시했다.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여러 사정이 참작돼 항고심사에서 경징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으로 감경된 점을 고려하면 비위 정도에 비해 가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A중령은 개정된 국방보안업무훈령 개정을 근거로 내세우나 사건 당시에는 과실에 의한 비밀 파기를 일률적으로 경징계로 규정하고 있었다”며 “비례·평등원칙 위반 사례로 주장하는 소령 사건의 경우 부대의 장인 A중령과 지위·책임이 달랐으며, A중령이 비밀의 재생산까지 지시한 점에 비추면 죄책이 더 무겁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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