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꿈꾸는 겁쟁이다. 겁쟁이지만 당당하게 꿈을 꾼다. 캔버스에 겹겹의 물감으로 층을 내고 조각칼을 들이댄다. 겹겹이 쌓인 물감의 다층 구조에서 깎아내기와 파기를 통해 입체감 있는 마띠에르(물질)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너와 나,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완주하고 싶다. 원색의 꽃과 나무는 작가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회화에 도예 기법을 적용, 독특한 화풍을 선보이는 작가 이미애의 초대전이 9월 6일부터 25일까지 인사동 돈화문 갤러리에서 열린다. 4년간의 공백을 깨고 8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4년 전 원인 모를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다행히 삶의 끝자락에서 운 좋게 살아 돌아왔다. 작가는 퇴원 후 오랜 시간 방황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때론 먼 길을 돌아갈 때 그 길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듯이 작품은 이전보다 더 숙성되고 깊어졌다.
다층구조의 색채공간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형상을 얻는 도예의 박지기법과 상감기법을 적용한 그의 작품은 평면적 이미지 위에 입체성을 띤다. 꿈꾸는 겁쟁이라는 동일한 주제의 반복으로 자칫 무미할 수 있는 화폭은 채색과 형상의 변화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작품마다 다른 색채 이미지와 형상은 시각적인 차별성과 독립성을 갖는다. 깎아내고 깎아냄으로써 비로소 작가는 꿈꾸는 겁쟁이가 된다. 작가를 상징하는 꽃과 나무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준다. 영혼에 대한 위로를 준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미애 작가는 홍익루트 회원으로 조형아트서울, 서울아트쇼, 인천아시아아트쇼 등 다수 아트페어와 단체전에도 출품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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