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981년 3월 문을 연 경찰대학은 2000년대 들어 ‘불공정의 상징’이 되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급기야 2005년 9월 국정감사에서는 처음으로 폐지론까지 나왔다. 당시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고졸자 120명을 시험으로 뽑아 병역 특혜를 주고 학비를 전액 국가에서 부담해 4년간 집체교육만으로 졸업과 동시에 자동으로 경위로 임명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순경 입직자가 경위를 달려면 15년 이상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과도한 혜택이라는 얘기다.

개교 당시에는 고졸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순경 공채 임용자의 대부분이 대졸 출신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경찰대 출신이 ‘경피아’(경찰+마피아)라고 불리며 승진과 보직에서 특전을 누리는 점도 폐지론에 힘을 실어 줬다. 올해 7월 기준 경무관 이상 고위급 간부 129명 중 경찰대 출신은 92명(71%)에 달한다. 노무현정부 이후 모든 정부에서 경찰대 개혁, 폐지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경찰대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며 신입생 정원은 120명에서 100명으로, 또다시 50명으로 줄었다. 졸업생이 기동대 소대장을 하면 군 경력이 인정되는 대체병역제도 2019년부터 폐지됐다.

올해 의무복무 기간(6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에 사표를 낸 경찰대 졸업생 수가 경찰대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8월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경찰을 떠난 경찰대 졸업생은 31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대 신입생 정원은 50명뿐이지만, 로스쿨 합격자 출신 대학 중 경찰대 순위는 7위였다. 경찰대생 한 명이 졸업하기까지는 학비, 기숙사비, 식비 등 7197만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된다. 조기 퇴직자들이 학비를 상환한다고 해도 이미 상당한 유·무형의 자원이 투입된 터라 국가적 손실이 적지 않다.

윤석열정부도 이미 경찰대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경찰대 출신만 졸업 후 경위로 임용되는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부작용이 적잖은 경찰대가 이제는 ‘로스쿨 인재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대는 이제 시대적 역할을 다한 게 아닌가 싶다.


박창억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주 '순백의 여신'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
  • 공효진 '공블리 미소'
  • 이하늬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