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부패된 바다 백골 시신
얼굴 복원·몽타주 제작 수소문
부모에 인계… 뒤늦게 장례 치러
“돌아가신 분의 이름과 가족을 찾아줄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6일 울산해양경찰서 형사3팀 서종석(44) 팀장(경위)과 김훈재(32) 경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형사 3팀은 두 사람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백골 시신을 5개월간 추적, 신원을 밝혀내 최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바다에서 발견한, 부패가 심한 시신의 신원과 사인 등을 파악해 미제를 마무리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지난 4월17일 새벽 5시54분 울산 울주군 고리원전 동방 16.66㎞ 해상. 선망(그물) 조업을 하던 어선의 한 선원이 닻을 내리다 바다에 떠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해경이 수습한 시신은 참담했다. 얼굴은 백골, 검정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몸은 밀랍처럼 됐고(시랍화) 양 손발이 없었다. 지문 확인이 불가능했다. 신분을 알려주는 물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성별만 남성인 것이 확인됐다.
단서가 너무 적었지만 두 사람은 멈춰서지 않았다. 시신의 신원 파악을 위해 탐문과 전화, 조사, 실종자 유전자 비교 등 노력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과 치아감정, 유전자 검사, 2018년쯤 도입된 얼굴 복원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 부패가 너무 심한 탓이다. 사망시기는 2∼3개월 전쯤. 치아 감정에선 ‘만17∼19세’로 나왔다.
6월 초순쯤엔 얼굴 복원 결과가 나왔다. 머리뼈를 CT로 촬영해 분석한 후, 그동안 축적한 한국인 얼굴뼈 데이터와 대조해 눈·코·입 위치와 모양 등을 예측했다. 복원한 얼굴은 몽타주로 제작됐다. 김 경사는 “영남권 경찰서뿐 아니라 지역 고등학교에도 공문과 몽타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달 24일,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유전자까지 일치하는 실종자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 팀장은 “드디어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신원 미상의 시신은 넉 달여 만에 전라도에 거주하는 대학교 1학년 A(19)씨로 밝혀졌다. 올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그의 거주지역 한 폐쇄회로(CC)TV에 바다로 추락하는 모습이 남아 있어서다.
유족들은 아들이 실종된 뒤에야 A씨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울산시 장례시설인 하늘공원 무연고자 봉안실에 있던 A씨의 유골은 ‘성명불상’ 대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게 됐다. 서 팀장은 “변사자가 신원불명인, 미제사건으로 남기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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