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서 메드베데프 3-0 완파
2년 전 당한 패배 완벽하게 설욕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 우승 타이
올 윔블던 뺀 메이저 3개 정상에
“역사 만드는 건 놀랍고 특별한 일”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는 스포츠계 한 분야 최고의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수식어다. 1990년대 링을 지배한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에게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를 비롯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미프로풋볼(NFL) ‘전설의 쿼터백’ 톰 브래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남자 육상 100m 세계 기록보유자 우사인 볼트 등이 GOAT로 인정받는 선수들이다.
테니스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탄생했다. ‘무결점의 사나이’ 노바크 조코비치(세계 2위·세르비아)가 통산 24번째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GOAT’로 우뚝 섰다.
조코비치는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3위·러시아)를 3-0(6-3 7-6<7-5> 6-3)으로 꺾고 2018년 이후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조코비치는 2021년 이 대회 결승에서 메드베데프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면서 우승 상금 300만달러(40억1000만원)를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개인 통산 24번째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완성했다. 이로써 남녀 선수를 통틀어 1960∼1970년대 여자 단식에서 활약한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세운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미국)가 23회로 그다음이다. 다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에만 24회 우승한 건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코트는 1968년 이후로는 11번 우승했다. 남자 단식만 따지면,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을 통해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22회)과의 격차를 2회로 벌렸다.
조코비치는 올해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US오픈을 휩쓸었다. 윔블던에서만 아쉽게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에 밀려 준우승했다. 조코비치가 한 해에 3개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건 2011년, 2015년, 2021년에 이어 올해가 네 번째다. 특히 1987년 5월생인 조코비치는 36세의 나이로 US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US오픈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70년 당시 켄 로즈월(호주)의 35세이다.
조코비치는 그간 호주오픈 10회, 윔블던 7회, US오픈 4회, 프랑스오픈 3회 우승을 차지했다.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회 이상 우승한 것도 조코비치가 유일하다. 조코비치와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일컬어진 로저 페더러(은퇴)는 프랑스오픈 우승이 한 번뿐이고, 나달은 호주오픈과 윔블던 우승이 2번씩이다. 역대 세계랭킹 1위 기간도 조코비치가 390주로 가장 길다. 페더러는 310주, 나달은 209주다. 이날 발표된 순위에서 1위로 복귀한 조코비치는 그의 기록을 더 늘리게 됐다. 아직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그가 어떤 기록들을 더 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코비치는 “내가 이렇게 24번이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사를 만드는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놀랍고 특별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우승 후 2020년 헬기 사고로 사망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얼굴과 숫자 ‘24’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세리머니를 해 눈길을 끌었다. 24는 브라이언트의 등번호였다. 조코비치는 “코비와는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내가 가장 의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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