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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시의회 ‘진흙탕 싸움’에 ‘풀뿌리 민주주의’ 논란 재점화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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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8 16:30:39 수정 : 2023-09-18 16: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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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체육회장 “선거철만 인사”, 의회 무시 발언에 발끈
‘무기한 정회’로 압박…시장 “시의회 존재 가치 없어”
오산도시공사 설립안 보류로 갈등의 골 깊어, 재폭발
지난 3월 이권재 시장, 직원 이끌고 본회의장 퇴장

경기 오산시와 오산시의회의 ‘진흙탕 싸움’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제가 과연 필요하냐”는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권재 오산시장. 오산시 제공

“시의원들이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시 체육회장의 발언이 단초가 된 이번 사태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시정이 사실상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오산시에선 지난 3월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도중 시의원과 충돌한 시장이 “(나) 안 올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섰고, 이후 일주일 넘게 시정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바 있다.

 

18일 오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성길용 시의장은 권병규 시 체육회장의 도를 넘은 발언을 문제 삼아 ‘무기한 정회’를 선언했다. 성 의장은 이권재 시장의 재발 방지 약속과 이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 회장의 사퇴를 정상화 조건으로 내걸었다.

 

◆ 시 체육회장, 시의회 무시 발언이 발단

 

당시 성 의장을 포함한 5명의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퇴장했고, 나머지 2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 이 시장만 본회의장에 남았다. 이후 시장과 시의회 간 반박 기자회견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38건의 조례안을 포함한 임시회 안건도 모두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는 경기도형 긴급복지사업(8억4000만원), 기초생활보장 급여(6억4800만원) 등의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가 정회를 선언한 발단은 시민의 날 체육대회장에서 불거진 권 회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9일 열린 행사 대회사 도중 “체육회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을 왜 내빈으로 소개하냐”며 “시의원들은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시의회가 추경안에 상정된 체육회 예산 3건 가운데 워크숍 행사 예산 1100만원을 삭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오산시청사. 오산시 제공

이에 모욕감을 느낀 시의회는 11일 여야 의원 전원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고 권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성 의장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의회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여야를 떠나 그냥 좌시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 체육회에 대한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을 둘러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권 회장은 반박 회견을 열어 “의원들은 공부 좀 해야 하고 무식한 사람들”이라며 “사퇴는 시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재차 비난했다. 그는 오히려 “시의회는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다”며 “최근 태풍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해외연수를 떠난 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조례를 포함한 예산안 의결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이 시장도 독기를 뿜었다. 그는 “이번 회기를 마무리하지 않고 끝내는 건 시의회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내일부터 모든 시의원을 시의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어 잇달아 성명을 내고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명분 싸움에 나섰다.

 

반면 시의회는 18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장의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다. 시의회는 “자체 수익사업 없이 회비 외에 혈세에 의존하는 시 체육회가 삭감된 예산을 두고 시의회를 공개 비난했다”는 입장이다.

 

오산시의회 임시회. 오산시의회 제공

◆ 반복되는 진흙탕 싸움…논란 재점화

 

양측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이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산도시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보류됐고, 지난 3월에는 이 시장 측 추경안이 삭감되며 막말이 오가는 등 일주일 이상 시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이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산도시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며 양측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도시공사 설립 계획에 대해 신중론을 보인 민주당 시의원 4명은 보류 의견을, 이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국민의힘 시의원 2명은 회기 내 처리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산시는 ‘운암뜰 AI 시티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자체 지분을 추가 확보한 뒤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내년 업무 개시를 목표로 도시공사 출범을 추진해왔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오산시의) 재산권을 찾아오지 못하고 다른 시에 32%를 주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지금 시의원들이 오히려 (도시공사 설립을) 왜 안 하느냐고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고 있다.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오산3하수처리장 건설·처리시설 도시계획 용역비(3억원) △경로당 임원 연수(2100만원) △민원실 환경 개선(5960만원) △전국생활체육대회 지원(2000만원) 등의 예산 삭감을 두고 시 집행부가 심의 도중 시의회에서 퇴장하며 설전을 이어간 바 있다.


오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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