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정회’로 압박…시장 “시의회 존재 가치 없어”
오산도시공사 설립안 보류로 갈등의 골 깊어, 재폭발
지난 3월 이권재 시장, 직원 이끌고 본회의장 퇴장
경기 오산시와 오산시의회의 ‘진흙탕 싸움’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제가 과연 필요하냐”는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원들이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시 체육회장의 발언이 단초가 된 이번 사태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시정이 사실상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오산시에선 지난 3월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도중 시의원과 충돌한 시장이 “(나) 안 올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섰고, 이후 일주일 넘게 시정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바 있다.
18일 오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성길용 시의장은 권병규 시 체육회장의 도를 넘은 발언을 문제 삼아 ‘무기한 정회’를 선언했다. 성 의장은 이권재 시장의 재발 방지 약속과 이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 회장의 사퇴를 정상화 조건으로 내걸었다.
◆ 시 체육회장, 시의회 무시 발언이 발단
당시 성 의장을 포함한 5명의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퇴장했고, 나머지 2명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 이 시장만 본회의장에 남았다. 이후 시장과 시의회 간 반박 기자회견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38건의 조례안을 포함한 임시회 안건도 모두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는 경기도형 긴급복지사업(8억4000만원), 기초생활보장 급여(6억4800만원) 등의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가 정회를 선언한 발단은 시민의 날 체육대회장에서 불거진 권 회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9일 열린 행사 대회사 도중 “체육회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을 왜 내빈으로 소개하냐”며 “시의원들은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시의회가 추경안에 상정된 체육회 예산 3건 가운데 워크숍 행사 예산 1100만원을 삭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시의회는 11일 여야 의원 전원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고 권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성 의장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의회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여야를 떠나 그냥 좌시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 체육회에 대한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을 둘러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권 회장은 반박 회견을 열어 “의원들은 공부 좀 해야 하고 무식한 사람들”이라며 “사퇴는 시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재차 비난했다. 그는 오히려 “시의회는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다”며 “최근 태풍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해외연수를 떠난 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조례를 포함한 예산안 의결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이 시장도 독기를 뿜었다. 그는 “이번 회기를 마무리하지 않고 끝내는 건 시의회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내일부터 모든 시의원을 시의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어 잇달아 성명을 내고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명분 싸움에 나섰다.
반면 시의회는 18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장의 책임론을 거듭 거론했다. 시의회는 “자체 수익사업 없이 회비 외에 혈세에 의존하는 시 체육회가 삭감된 예산을 두고 시의회를 공개 비난했다”는 입장이다.
◆ 반복되는 진흙탕 싸움…논란 재점화
양측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이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산도시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보류됐고, 지난 3월에는 이 시장 측 추경안이 삭감되며 막말이 오가는 등 일주일 이상 시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이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산도시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며 양측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도시공사 설립 계획에 대해 신중론을 보인 민주당 시의원 4명은 보류 의견을, 이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국민의힘 시의원 2명은 회기 내 처리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산시는 ‘운암뜰 AI 시티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자체 지분을 추가 확보한 뒤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내년 업무 개시를 목표로 도시공사 출범을 추진해왔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오산시의) 재산권을 찾아오지 못하고 다른 시에 32%를 주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지금 시의원들이 오히려 (도시공사 설립을) 왜 안 하느냐고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고 있다.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오산3하수처리장 건설·처리시설 도시계획 용역비(3억원) △경로당 임원 연수(2100만원) △민원실 환경 개선(5960만원) △전국생활체육대회 지원(2000만원) 등의 예산 삭감을 두고 시 집행부가 심의 도중 시의회에서 퇴장하며 설전을 이어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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